[거제의 구비문학 6]장수바위
[거제의 구비문학 6]장수바위
  • 거제신문
  • 승인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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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혼란스럽고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일수록 사람들은 우리를 구원해 줄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큰일 났어, 세상살이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떻게 산단 말인가? 죽지 못해 살아가는 우리가 불쌍해. 어서 빨리 세상을 구해 줄 영웅이 나타나면 좋을텐데."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영웅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경사가 났습니다. 이 마을 외딴 오막살이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아이가 없어 늘 서운해 하고 있던 중에 옥동자가 태어났으니 온 동네 사람들이 기뻐해 주었습니다.

"허허, 경사로군, 정말 축하해 줄 일이야."
"그런데 그 녀석 생긴 게 장군감이네."
"우는 소리도 얼마나 우렁찬지 온 동네가 다 시끄러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기골이 장대한 것이 여느 아이와는 달라 보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이상하게도 다른 아이들 보다도 훨씬 빠르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태어난지 몇달이 되지않아 걸음을 걷고, 또 몇달 되지않아 말도 하더니 일 년이 넘기 전에 소년이 되어 장사 소리를 들을 만큼 힘도 무지하게 세었습니다.

소년은 밤만 되면 부모 몰래 집을 나갔다가 새벽녘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어쩐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소년은 솟구쳐 오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밤이 되면 마을 뒷산에 올라가 커다란 돌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힘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혹시 사람들이 볼까 두려워 밤에 나갔던 것입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소년이 옷을 갈아입는데 보니 놀랍게도 아이의 겨드랑이에 날개 같은 것이 돋아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으면 장차 큰 장수가 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반역을 꾀하게 되고, 그 반역으로 인해 부모도 나라에 잡혀가 죽게 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틈에 소년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동네 망쳐먹을 일이라고 노부부를 닦달했습니다. 저 아이를 키우면 장차 큰 우환이 닥치게 되니 크기 전에 죽여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여보, 큰일났어. 이를 어쩌면 좋지?"

멀리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부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공포에 질려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자라 장수가 돼 반역을 일으켰다가 관군에게 토벌당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관가에 붙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다가 죽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노부부는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부모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아이가 잠든 틈을 타서 그만 죽이고 말았습니다.

소년이 죽은 지 사흘이 지난 어느 날 난데없이 백마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온 동네를 쏘다니며 슬피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울음이 얼마나 슬픈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를 죽여야 한다고 닦달 했던 마을사람들은 혹시라도 백마가 앙갚음을 할까봐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사흘을 그렇게 슬피 울던 백마는 소년이 밤에 나와 힘을 쏟았던 바위 위에 죽어 있었습니다.

"쯧쯧 그 아이가 바로 이 난세를 구할 영웅호걸이었던 모양인데, 어리석은 인간이 그것도 모르고 죽였으니 그 영혼이 억울해서 백마가 된 거야."

마을 사람들이 안타까워 했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장승포와 능포리 사이 구촌마을 계곡에 고인돌처럼 얹혀 있는 한 평 가량의 넓적한 바위를 사람들은 장수바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리: 윤일광 논설위원(자료: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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