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민의 발, 나는 조선족 여성버스 운전사
거제시민의 발, 나는 조선족 여성버스 운전사
  • 박용택 기자
  • 승인 2014.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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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를 달리는 당찬 이향순씨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나 경북 영양 거쳐 세일교통 입사

거제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당찬 조선족 여성운전자가 있어 화제다. 세일교통 홍일점 이향순씨(41)가 그 주인공. 그녀는 지난 2013년 6월 남자도 힘든 시내버스 운전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씨의 버스운전은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대형버스 면허를 취득한 이씨는 경북 영양군 출신의 남편과 결혼해 생활하면서 약 1년간 영양군 군내버스를 운전한 경력이 있다.

영양에서 생활하던 이씨는 지난 2013년 3월, 남편이 삼성조선소에 입사하면서 거제로 이사 했다. 대형면허를 취득했고 대형버스 운전경험이 있었던 이씨가 세일교통에 입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는 처음이었고 겨울에도 꽃이 핀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면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거제시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어려움 또한 적지 않았다. 영양군은 시골이라 길이 복잡하지 않았지만 거제시는 노선이 많아 길 찾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 방향감각마저 상실한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려울 때마다 거제시에 처음 왔을 때의 느낌을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여자라고 쉽게 받아주지 않을 것으로 여겼는데 입사를 시켜준 회사가 너무 고마워 하루 15시간 가까운 운행도 거뜬히 이겨내고 있다.

이씨는 세일교통 7754번 전속기사로 일을 꽉 채우면 200만원이 훌쩍 넘는 23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여성으로서는 적지 않은 보수다. 특히 중국 길림성 한국인 관광회사에서 통역과 안내를 맡을 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받기에 피곤해도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이씨는 중국 길림성 작은 마을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중국 길림성 동향인 언니가 국제결혼을 하면서 그의 소개로 남편 손모씨를 만나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경상북도 영양군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면서 작은 관광회사에서 통역과 안내를 맡기도 했었다.

이씨의 바람은 단순 명쾌하다. 버스기사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 꿈이다. 이씨는 "동료 기사들과는 모두가 절친"이라며 "항상 커피도 먼저 권하는 등 적극적이고 살갑게 대하는 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기억에 남는 손님들 또한 많아지고 있다. 연세가 60이 넘은 이름도 모르는 한 할머니는 이씨를 만나면 "존경스럽다"며 거수경례를 하기도 한다고.

뿐만 아니다. 삼성중공업 퇴근시간 버스를 이용하는 회사원 중 한 명은 "여자 분이 대형버스를 운전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운이 솟는다는 이씨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넘게 일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두 자녀를 키우면서 남자도 취득하기 힘든 자동차 대형면허는 물론이고 틈틈이 공부해 한식조리사, 다문화가정 양육지도사,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여전히 금녀의 구역이기도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두 자녀의 어머니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이씨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크고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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