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이그노벨상(Ig Nobel)'이다. 이그(Ig)는 '말도 안 되지만 진짜 존재하는(Improbable Genuine)'의 줄임말이고 거기에 '고상하다'는 뜻의 '노블(Noble)'을 패러디해서 만든 이름이다.
수상 종목도 노벨상처럼 물리학·화학·의학·문학·평화·경제학으로 나눠져 있고, 시상식은 매년 노벨상과 비슷한 매년 9~10월 중에 하버드대학에서 갖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금이 없고, 참가비용도 본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연중행사 중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수상작들은 기발한 상상력과 특유의 유머가 돋보인다. 1998년 물리학자 렌 피셔 박사는 '비스킷 안 흘리고 먹는 법'으로 물리학상을, 2006년 미국의 심장전문의 프랜시스 박사는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난치성 딸꾹질을 치료한 공로로 의학상을, 2009년 우크라이나 보드너 박사는 브래지어 방독면을 발명했는데 갑자기 화생방 위험에 노출될 경우 브래지어 컵 패드가 필터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의학상을, 스위스 베른대 법의학장 볼리거박사는 빈 맥주병이 맥주가 든 병보다 인간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냄으로 세계평화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1999년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코오롱 패션의류팀 '권혁호'씨와 2000년 통일교 문선명 교주가 '대규모 합동결혼(총 3600만 쌍)'을 성사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런 부질없어 보이는 생각들이 새로운 연구의 아이템이 된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항해가 당시에는 쓸데없는 여행으로 취급됐고,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배척당했고, 칸트의 계몽철학은 '건방진 생각'으로 일축 당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이 세상을 뒤집고, 비틀고, 낯설게 보며 다르게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로 인해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올해의 이그노벨상에는 또 어떤 기발한 작품이 나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