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면 거제자연휴양림을 지나 조금 오르면 고개가 있는데 여기가 학동고개다. 노자산을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고, 학동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으로 1월 1일 아침이면 해맞이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지금은 도로가 놓이고 차로 다니기 때문에 걸어서 갈 일이 별로 없지만 차가 없던 옛날에는 사람들이 모두 이 고개를 걸어서 넘어 다녔다.
그런데 이 학동고개에 백야시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야시'는 거제도 방언으로 여우를 뜻하므로 '흰여우'를 말한다. 혼자서 학동고개를 넘다가 백야시를 만나면 운이 좋으면 거의 반죽음이 되어서라도 살아올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거기서 생명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되자 학동고개는 죽음의 고개로 변했고, 마을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로 고개 넘는 일이 큰 걱정거리였다.
동부에서 학동고개를 넘어야만 학동이나 해금강·다대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교통로였기에 그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이 길을 이용해야 하는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와 몽둥이를 들고 온 산을 뒤져가며 백야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학동고개를 넘다가 백야시에게 당하는 사람은 자꾸 생겨났다. 다시 마을사람들이 모여 백야시를 잡겠다고 온 산을 뒤졌다. 그런데 백야시의 흔적이라고는 하얀 개털 비슷한 것만 발견되었다. 그런데 백야시를 잡기 위해 나온 마을사람들 틈에 한 노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발견된 털이 백야시의 것이 틀림없다고 우기자 노인은 그건 백야시의 털이 아니라 개털이라고 주장했다. 노인은 왜 그것이 개털인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노인은 백야시가 된 개로부터 죽지 않고 학동고개를 넘을 수 있는 비방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이 지나가면 백야시가 나타나 그 사람이 얼마나 힘이 세고 덩치가 큰지를 알아보기 위해 머리 위를 훌쩍 뛰어 넘는다고 했다. 만일 백야시가 사람 머리를 뛰어 넘으면 죽게 되고 좀 어렵게 뛰어 넘으면 죽이지는 못하고 반죽음 상태로 만들고, 사람의 키가 커서 못 넘으면 해코지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학동고개를 넘을 때에는 그냥 걷지 말고 한 5m 정도 되는 막대기를 꼿꼿하게 세워서 머리 위에 올리고 가면 높아서 백야시가 뛰어 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했다. 설명을 들은 마을사람들이 의문 나는 것을 더 물으려고 노인을 찾았지만 조금 전까지 있던 사람이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마을사람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노인이 시켜준 대로 학동고개를 넘을 때는 긴 막대기를 머리에 이고 걸었다. 그랬더니 신통방통하게도 백야시는 사람 가까이로 나타나지 않았다. 자기가 뛰어 넘을 수 없는 사람은 자기보다 세다고 생각하고 범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요즘도 나이든 할머니들 중에는 학동고개를 넘을 때 긴 막대기를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학동고개 백야시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거제의 전설 중의 대표적인 이야기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