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배부른 자의 세상
 학부모
 2009-12-04 09:09:33  |   조회: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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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참...도덕적인 시각과 잣대로만은 살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아무리 올바른 논리로 떠들어도...힘에서 밀리면 그만이다. 세상은 참 힘 없이는-그게 어떤 종류의 힘이든-살기 어렵다는 걸 통감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오늘 아침에도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사실 관련직에 오랫동안 근무해 본 나로서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인의 추천으로 학원에 두 아이를 등록하고 5개월정도 다니고 있는데...학원차량 운전기사가 참으로 입이 걸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푸념과 짜증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어른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아주 전형적인 부모의 타이름으로 애를 달래서 학원에 보내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그 아이와 학원차량 기사와 사소한 실갱이가 있었던 모양이다. 항상 시간을 제 때 맞추지 않고..졸음 운전을 하는 기사에게 그 아이가 아마도 좀 그렇게 말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인 그 아이에게 그 기사가 하는 말이 큰 소리로 '뭐 저런 게 다 있노...한번 만 더 걸려봐라..죽을 때까지 패 준다.'였다는 것이다.
또다른 날은 다른 어떤 아이가 학원버스를 타다 웃옷의 끈이 끼어 위험한 상황이었다..그런데 그 기사가 아이의 안전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저거 미친 거 아이가..'등 거친 입담을 과시하더란다. 그래서 옆에 있던 아이가 '아저씨..너무 심한 거 아니예요?' 했더니..'저 미친 X는 또 와 지랄이고..'하더란다. 그래서 아이 엄마는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 했고 원장은 기사에게 주의를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어제는 더워서 창문을 조금 열었더니...역시 또'미친 X...'. 참다 못한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엄마는 학원의 원장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원장의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아이 엄마와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그 기사가 선수를 치며 학원 그만두면 되지..나는 겁날 것 없다며..펄펄 뛰는 걸 아이들 다 듣는 데서 그럴 일 없으니..나가 있으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상담실로 돌아와 하는 말이 '그냥 아이들 둘이 학원을 그만두고 다른 편한 학원을 알아보시지요.'
시간이 없어서 어제는 기사와 얘기룰 못해봤다며 그냥 학원을 관두라는 것이었다.
아이 엄마가 화가 나서 우리 아이가 이런 대접을 받으며 학원을 다녔냐며 몇 번 소리친 모양이다. 그랬더니 경찰까지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달치 학원비만 돌려받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참...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을 아이들을 다루는 학원에서...아이들에게 막말을 해대는 직원을 나무라고 교육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게 불만이면 학원을 끊어라는 식의 태도가 과연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원장으로서 할 태도인지...그리고 학원 차량을 운행하면서...졸음 운전을 일삼고..그를 나무라는 학생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아이들의 안전은 뒤로한 채 사고 났을 경우 자신에게 지워질 책임은 무서워 저 미친 놈이라는 식의 막말을 하는 운전자는 또 과연 무엇인지...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 '웃기는 소리 마라'고 말하고 싶다. 과연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이러고도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아이들에게 내맡길 수 있는가...아무리 좋은 가르침이라도..어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아이들은 그런다. '지는 하나?' 우리는 과연 이 빈정거림 섞인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2009-12-04 09: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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