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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건축으로 자연을 완성한 ‘병산서원’ - 국학원
 장츠하이
 2012-04-16 13:07:08  |   조회: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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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건축으로 자연을 완성한 ‘병산서원’ - 국학원

건축으로 자연을 완성한 ‘병산서원’
김개천 교수의 건축물로 본 한국미_2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 미적 본질을 모르고 하늘의 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유가(儒家)에서의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본성을 뜻하는 인(仁)의 계발을 위해 예(禮)와 악(樂)이 하나로 통일된 것을 말한다. ‘예’는 직선적이며 축을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되는 단순한 구조의 절제미라면 ‘악’은 부드럽고 유연한 신축적인 성격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순차적이고 스스로 정화하는 효과를 낳는 사찰건축과 달리 서원은 엄격한 질서와 검소하고 소박한 체계로 지어졌다. 유가의 예절 질서란 지배적 위계가 아닌 예로 이루어진 자율적 위계를 말한다.


경상북도 안동시 병산서원은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1542~1607)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곳으로, 안동에서 서남쪽으로 낙동강 상류가 굽이치는 곳에 화산(花山)을 등지고 자리하고 있다. 병산서원의 건축은 하늘처럼 항상 고요하며 중용의 도리로 위압하지 않는 친화의 체계를 가지며, 그 생명이 가진 활기는 만대루(晩對樓)에서 완성된다.


병산서원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에 면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앞산이 막고 있고, 답답하고 급히 흐르는 강물로 탓에 지기(地氣)가 쌓인 틈이 없는 터라고 한다.





▲ 만대루의 빈 공간 사이로 낙동강은 공중에 떠 있는 듯 흐르고 병산을 맑게 틔워 천지를 평온하게 포용한다.



풍수 지리상 완전한 땅은 없다. 자연은 인간의 삶과 관계하기에는 항상 부족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국인의 남향 선호 현상도 사실 역사적 근거는 없다. 고건축에서의 남향배치는 20~30%에 불과하다. 남향보다 중요한 것이 주변의 지세와 전망이었다. 그러기에 북향조차 마다치 않았다. 부족한 것은 건축으로 보완하면 되는 것으로 병산서원도 그러하다. 앞산이 병풍처럼 막혀 있는 자연 지세로 인하여 만대루는 누마루의 열려 있는 듯한 공간의 긴 수평적 건축이 되었다. 7칸으로 비어 있는 허공 같은 건축 사이로 보이는 병산은 사라진 듯 희미하게 보인다.


마치 산을 그림자처럼 느끼게 하여 시야를 맑게 틔우고 누마루의 높은 곳에서 물을 내려다보고 함께 흐르는 듯하여 높은 산을 낮게 만들고 멀리 있는 강을 가깝게 끌어당겨 건축으로 자연을 완성한다.


만대루 수평의 공간 사이로 낙동강은 공중에 떠 있는 듯 흐르는 천강(天江)이 되어 천지(天地) 저 밖으로 아득히 흘러 태연하다. 이곳에서는 구속되지 않는 것이 구속이다.





▲ 허공같은 공간으로 막힌 산을 없는 듯 가까이하고 긴 수평의 누마루로 강물이 함께 흘러 건축으로 자연을 완성한다.


일반적으로 서원은 좌우대칭의 엄격한 체계이다. 병산서원 역시 그러하나 그 엄격함이 오히려 소리조차 없는 자유를 안겨준다. 질서 속에 정좌하여 평안하게 자신을 스스로 다잡는 긴장을 느끼게 한다. 4개의 건물로 둘러싸인 사각 마당은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으나 밝은 빛으로 황량한 우주를 평온하게 포용하는 듯 고요함의 극에 달해있다. 유형의 체계로 이룩한 무형의 자연이 보인다.


중국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관자(管子)는 천도(天道)는 공하여 무형(無形)하다 하였다. 조선의 건축과 예술은 하늘과 자연의 체계처럼 허의 체계로 천연(天然)의 경지를 이룩하려 하였다. 만대루부터 입교당에 이르기까지 유와 무가 동시적으로 만드는 허의 체계는 마치 우주의 태극과 같이 만물을 생(生)하게 하고 활(活)하게 생동하는 허실의 순환적 체계 같다.


질서로 구속하는 듯한 고정적 허실의 체계인 일반적인 서양건축과 달리 질서는 있되 구속은 없이 비어 있는 체계는 자연을 내부로 유입하여 보이지 않는 차원까지 포용하게 한다. 그것은 수평적이고 수직적인 크기와 질감과 형태에서 벗어나 있다. 마치 바람과도 같은 무색의 질료성은 청빈하나 범접할 수 없는 성인을 마주한 듯하다.


유가의 미적 표현은 학문적 수행과 삶의 일상에서 분리되어 생각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의 미가 내포하는 원천적인 힘은 삶과 문화 전반에 걸쳐 인문학적이고 예술적인 토대하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깊고 문기(文氣)있는 세계를 문화의 전반에 걸쳐 응축 적이면서도 옛날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는 시도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물들은 담담하게 표현되어 그것이 천리의 뜻에 들어맞고 조화를 이룬 가장 고격한 수준으로 표현됐다.
2012-04-16 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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