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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국학이야기12 - 만남과 갈라짐 그리고 화합 - 국학원
 장츠하이
 2012-04-25 16:02:55  |   조회: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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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국학이야기12 - 만남과 갈라짐 그리고 화합 - 국학원

국학이야기12 - 만남과 갈라짐 그리고 화합



칼 융은 신화를 인류의 보편적 상징체계라 했다. 우리가 단군신화를 중하게 여기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방울이 등장한다는 것은 신화의 역사적 배경이 최소한 청동기 시대임을 반영한다. 청동의 사용기는 BC 3000년으로 시리아 지방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고고학적 증명이다. 청동기 시대는 민족 형성을 위한 부족들의 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그 시대 동북아에 나타난 한민족의 문화와 사고는 어떤 것이었나를 신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환웅이 천제인 환인으로부터 받은 세 가지 천부인은 거울과 칼, 그리고 방울이었다. 거울은 얼굴을 보려는 것이다. 칼은 베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 얼굴을 비춰주지 않는 거울은 거울이 아니다. 이 거울은 육신을 반영한다. 마음의 거울은 마음을, 영혼의 거울은 영혼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칼도 물질적(physical)인 칼, 마음의 칼, 영혼의 칼이 있을 수 있다. 자기성찰이 거울보기다. 자기반성의 이성작용이 마음의 칼이다. 시비의 판단이 그것이다. 현실의 인식과 비판은 동서양이 공유하고 있는 사유의 틀이다. 그렇다면 동서양의 문화, 특히 사고양식이나 전통에서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군신화에서 그 다름이 나타나고 있다.

서양의 '합'은 패거리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현실정치에 웬 방울일까? 무격에서는 신의 메시지가 떨어질 때 방울을 흔든다. 종교의식에서 종은 신과의 융화를 함축한다. 서양의 철학은 정반합으로 규정되고 있다. 여기서 합으로 시작해 합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서양의 문화에선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없다. 합은 동일을 말한다. 개체 그대로 살아 있어 같은 소리만 낸다. 패거리일 뿐이다.

주자는 동(同)을 '아첨'으로, 화(和)는 '융화'로 해석했다. 무분별적 입과 말이 동(同)의 개념이다. 서양철학이 말하는 합(合)이나 정(正)은 모두가 절대자에 귀착한다. 같은 절대자에게로의 귀일이다. 하지만 화(和)는 서로 다르게 모여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무괴려지심(無乖戾之心)이다. 틀리고 어그러짐이 없는 마음을 고르다고 한다. 화합은 상호간의 화목을 향한 화학작용이다. 서로가 다른 것끼리 제 스스로가 어울리는 것이 화합의 전제다. 같음은 제국주의적이다. 자기와 같아야 하며 같은 신을 믿어야 한다. 같은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 흡수합병이 동일의 개념이다.

단군신화의 천부인 세 개는 만남과 갈라짐, 화합을 상징하고 있다. 서양의 전통문화에서 빠진 것이 방울이 상징하는 화합이다. 서구의 역사가 동일화를 이루는 제국주의적 기록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방울이 없음이다. 화목이나 화합은 과정이 중요하다. 목적을 달성키 위한 수단으로서의 과정은 방울이 울려주는 화음과는 거리가 멀다. 화음에선 과정 자체가 목적이며 가치다.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화목이 될 수 없다. 자발적 동의가 빠져버린 하나는 통합일 뿐이다.

한민족의 전통은 두레적 협동과 가래질적 화합이다. 우리의 공동체라는 모듬살이는 방울이 말해주는 두레와 가래질의 마음이 고르게 어울린 전통의 한 모양새다. 화음이 깨진 오늘날 방울이 던진 화음의 뜻을 찾는 것은 국학의 몫이다.
2012-04-25 16: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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