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문화시(巨濟文化市)를 위한 세가지 제안
거제 문화시(巨濟文化市)를 위한 세가지 제안
  • 거제신문
  • 승인 2009.0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홍규 칼럼위원

지인중에 한 분은 함께 식당 등에 들렀다가 일단 실내를 휘둘러 보고는 슬그머니 나가버리는 고약한(?) 버릇을 가진 사람이 있다.

나중에 그 사람을 찾아 물어보면 “바깥모양은 그럴 듯한데 실내에(벽에) 제대로 된 글씨나 그림 한 점 붙어있지 않더라”는 것이 이유다. 또 “그런 주인이 하는 음식이 제대로 된 것일 리가 없다”고 덧붙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냥 웃고 말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된다. 그것은 아마도 문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자세)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음식점이나 접객업소에는 당연히 품격있는 작품이 반드시 걸려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어릴 때부터 향기있는 예술작품을 접하고 자라면서 많은 사람을 모시는 곳에는 수준높은 미술품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태도가 그것이다.

그런 자세야 말로 손님을 대하는 -당신을 귀중한 손님으로 환영한다는- 무언의 예절이요 서비스가 아닐까.

서양사람들의 집에 초대되어 가면 그 집에 있는 예술작품에 대한 자랑을 꼭 들어주어야 한다는데 바로 위에서 든 이야기와 맥이 통하는 말이지 싶다.

그래서 이제 타지역 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진 우리 거제지역부터 ‘한 집, 한 가게, 한 그림걸기’를 제안하고 싶다. 그것은 어느 집이나 가게에 들어섰을 때 그림이나 글씨 한 점이 손님을 향한 첫 번째 인사가 되고 문화예술을 받아들이는 첫 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옥림에서 오랫동안 이장을 지낸 분으로부터 기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의 선대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일제 강점기 무렵까지 옥림부락 인근 들판에 50여기 이상의 지석묘와 고인돌이 있었고 자신이 어렸을 때까지 상당수가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 유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문화유적으로써 뿐 아니라 중요한 사료로써 사계의 큰 연구거리가 되었을텐데….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약 50년전 내 어릴적 기억으로도 외가가 있던 다공 근처의 밭에서 지석묘를 본 듯한데 근래에 둘러보니 찾을 수 없었다.

아직도 거제지역 곳곳에 산재한 지석묘 등 선사유적이 여러곳 남아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여러 사람이 살아왔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소중한 유적들이 나날이 사라져가고 있는데도 우리가 한 일은 너무도 미미하다.

거제도내에는 지석묘 뿐아니라 패총 도요지 성지 등 발굴·복원·보존해야 할 많은 유적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거제 사람들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지체없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하나씩 발굴·복원해 나가야 한다.

지난달 25일자 모신문에는 전남의 ‘슬로시티(Slow City)’ 4곳이 소개되었었다. 그곳에는 꾸밈없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순박한 농촌, 즉 고향의 정취가 있을 뿐이라 한다. 또 느림과 여유의 가치를 지향하며 그 지역 본래의 자연환경, 고유음식, 전통문화 등을 체험케 한다고 한다.

또한 이달 1일자 신문에는 ‘한옥 뉴타운’ 기사가 실려있다. 공동화 하는 시골마을을 지원하여 한옥마을로 바꾸고 손님방을 넣어 관광객을 위한 민박을 하게 했다. 이에 주민들의 소득이 늘고 한옥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도 줄을 잇고 있어 행복마을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거제에서 위에 든 두 가지 사례를 결합하여 활용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즉 거제도내의 어느마을을 지정하여 한옥으로 다시 짓고 그곳 한옥타운에서 슬로시티의 삶을 체험케 하자는 것이다.

거제내의 수많은 산업현장에서는 지금도 쇳덩어리와 뜨거운 씨름을 하는 산업전사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노동강도가 높은 이들에게야 말로 한옥과 슬로시티 체험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먹거리 마당(Local food court)도 겸하여 조성한다면 각지의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촉매역할을 할 것이다. 그 위에 한가지 더 욕심을 낸다면 명망있는 문화예술인들이 관광 휴양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 무상으로 일정기간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체류하는 동안의 거주비용은 우리시 예산으로 부담해야 하지만 우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자연스레 그들과 어울리고 접촉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훌륭한 문화관광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