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딸 샤바누’를 읽고
내가 다니는 신현 중학교의 국어 수행평가는 학교에서 지정한 책을 사서 읽고 독후감을 써내는 것이다.
처음에 국어 선생님께서 이 책을 읽으라고 하셨을 때에는 ‘왜 우리가 읽고싶은 책 대신에 이 책을 사야할까?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안되는 걸까?’ 하고 마음속이 불만으로 가득 찼었다.
세 권의 책을 소개해놓은 수행평가용 용지를 받아들고서 입이 댓발이나 나와있던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책 ‘바람의 딸 샤바누‘였다.
이 책을 소개해 놓은 용지를 받아들고서 차근차근 읽어내려 갈 수록 내 마음은 더욱 더 샤바누라는 아이에 대한 궁금증과 설레임으로 가득 찼다.
촐리스탄의 유목민 집안의 둘째 딸 샤바누. 여자애 답지않게 낙타 키우는 일을 좋아하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영리하고 총명한 아이였다.
남성이 우선시되는 나라에 살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신의 몸속에 있는 무한한 재능을 쏟아낼 줄 알았던 아이, 아빠의 유목일도 엄마의 집안일도 모두 능숙히 해낼 줄 알았던 아이, 이혼이 정당화 되지않았던 사회에서 이혼을 하고도 당당하고 멋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모를 사랑하는 아이,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그들의 신 알라는 샤바누와 가족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대지주였던 나지르 모하마드에게 언니의 정혼자가 죽임을 당하고
그 일 때문에 샤바누의 정혼자였던 무라드가 언니와 결혼을 하게 된다.
샤바누는 자신을 마음에 두고있던 나지르 모하마드의 형에게 신부값을 받고 팔려진다. 하지만 샤바누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낙타를 타고 이모에게로 도망간다.
내가 샤바누였다면, 샤바누처럼 나의 눈 앞에 다가온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낙타를 타고 이모에게로 달려갈 수 있었을까? 가족들의 보장된 미래가 나 하나 때문에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서 말이다.
아마 겁쟁이인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나는 아예 처음부터 촐리스탄의 여성들이 지켜야 하는 모든 관습들을 샤바누처럼 거부하고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샤바누는 내가 하지 못할 일들을 해내었고 그런 점에서 나는 샤바누가 존경스럽다.
촐리스탄 여성들이 지켜야 하는 관습들을 거부한
채 낙타와 함께 사막을 자유로이 뛰어다니던 샤바누.
그녀는 아름다운 땅 촐리스탄의 한 마리 나비가 아니었을까?
그녀가 촐리스탄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 아름다운 날개를 폈더라면 여자이기 때문에 그녀를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녀 자신만의 독특한 날개를 활짝 펴고서 사람들을 향해 무엇인가를 외쳤을 것이다.
촐리스탄은 그녀가 날개짓을 하기에는 너무 벅찬 곳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의 날개를 꺾어버릴 만큼….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남녀평등을 외치고 있어서 전보다 더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었지만, 파키스탄 여성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책에서 나온 ‘신부값’이 도저히 용납가지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더니 파키스탄의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신부를 데려가면 친정에 일손이 모자라다는 명목으로 신부값을 지불한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의 인권은 천부인권사상에 의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권리이다.
물론 신부를 돈을 주고 사온다는 것이 인신매매 같은 원리가 아니라 그 나라의 오랜 풍습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런 풍습부터가 파키스탄 여성들의 지위를 점점 더 갉아먹고 있는 원인이 된 것같아 안타까웠다.
신부값을 받았으니 꼼짝없이 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샤바누의 부모님 말씀처럼 그 몇푼의 돈이 샤바누의 꿈과 미래를 철조망으로 둘둘 말아버리고야 말았다. 저기 먼 하늘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그녀의 날개를 비참하게 꺾어버리고야 말았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기 전에 파키스탄도 남녀차별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권력이라는 무서운 힘에 의해 일생동안 꿈꿔왔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샤바누.
그녀의 아름답고도 슬픈 날개짓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말은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 여성들은 팔려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남성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또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또 다시는 자신과 같이 날개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