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시티(압축도시)’로 토지효율성 높여야
‘컴팩시티(압축도시)’로 토지효율성 높여야
  • 거제신문
  • 승인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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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협회 유승화 상근부회장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도시화를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전 10%에 불과했던 도시민 비율이 오늘날 80%에 이르고 있다. 짧은 기간에 급팽창한 도시는 불가피하게 수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이는 한편으론 국가나 지방정부가 머리를 싸매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도시마다 태동과정이 다른 만큼 성장양태(成長樣態)도 다양하다. 도읍지로 선정돼 일찍부터 정치적 중심지로 발전한 도시가 있는가 하면 교역의 중심지나 농산물의 집산지로 발전한 도시가 있다. 또 산업화 과정에서 공업단지를 배경으로 형성된 도시도 있다.

이들 도시는 처음부터 일정한 계획 아래 생겨난 것이 아니라 유입인구가 증가하면서 점진적으로 확장된 탓에 교통, 위생, 환경 등 곳곳에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전통적으로 도시계획은 주거(residential), 노동(work), 여가(free-time)라는 주요 기능을 지역별로 분리하고 이들을 교통(traffic)이라는 요소로 연결해 서로를 보완케 하는, 이른바 기능적 지역지구제(地域地區制)에 중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적 지역지구제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도시의 무절제한 평면적(平面的) 확산은 토지이용의 비효율과 기하급수적인 에너지 소모를 가져왔다. 이는 환경문제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 가치인 ‘대화와 소통’을 단절시키는 사회적 단층현상을 초래했다. 더 이상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자동차 보급이 한 몫 했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도시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다. 토지이용의 새로운 접근방법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복원하자는 운동이다. 소통과 대화를 위하여 공공공간(公共空間: open space)을 부활하고, 모든 가로(街路)는 보행자 또는 대중교통을 위주로 도시를 설계하자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뉴­어버니즘(new­urbanism)운동이나 유럽의 영국에서 불기 시작한 에코­빌리지(eco-village)운동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평면적으로 무절제하게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도시들에 대한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새로운 도시적 삶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도심공동화(都心空洞化)를 해소하기 위한 재개발 방식으로 컴팩시티(compact city, 압축도시)가 주목받고 있다. 직장과 주거의 분리를 전제로 했던 과거와 달리 주거, 직장, 교육, 쇼핑 등의 도시기능을 한 곳에 모아 효율성을 높이는 고밀도개발(高密度開發) 개념이다. 동경의 롯본기힐스나 파리의 라데팡스가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례다.

그렇다면 거제의 도시환경은 어떤가. 거제도는 잘 발달된 리아스식 해안이 굽이굽이 절곡을 이루고 있어 수변공간(水邊空間)이 아름답다. 그러나 수변공간은 인접한 산지의 경사가 급하고 평지가 협소해 기본적으로 해안도시가 자리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거제의 대표적 도시지역인 옥포와 고현은 각각 대우와 삼성조선의 배후도시로서 발전해 왔다. 다시 말해 관(官)의 중·장기 발전전략에 따라 성장한 도시라기보다는 민(民)의 조선소 성장에 따라 조금씩 규모가 늘어난 케이스다. 그런 이유인지 거제는 오늘의 도시들이 겪고 있는 교통, 주거, 환경, 교육문제 등 ‘전형적인 도시문제’들을 모두 안고 있는 듯하다.

머지않아 거가대교(가칭)가 개통되고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거가대교(가칭)와 직결되면 거제시는 인구 10만의 통영시, 인구 30만의 진해·부산신항만 배후도시와 함께 일상생활권(日常生活圈)이 된다. 어느 곳에 살든 통근차를 이용할 경우, 대우·삼성 두 조선소까지 불과 30분 이내다.

이제 거제시민은 어디든 집값 싸고, 물가 싸고, 교육여건 좋고, 문화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라면 쉽게 삶의 터전을 옮겨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연 거제의 거주환경(居住環境)은 이곳 주위 도시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가.

앞으로 거제는 이들 인접 도시와 무한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거제의 정주여건(定住與件)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바람직한 도시건설은 그 지역의 지형적, 문화적, 역사적 특성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지혜롭게 계획해야 한다. 거제의 경우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야 할 것인지, 기존도시를 재개발 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거제는 거주여건(居住與件)을 개선시킬 비교적 유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높은 지가(地價)와 제한된 가용택지(加用宅地)가 약간의 걸림돌이긴 하지만 거제도의 빼어난 자연환경이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흔히 신도시 건설이나 기존 시가지를 정비하는 재개발사업은 국가나 지방정부의 공공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여건에 따라서는 개발이익금으로 100% 충당 가능하다. 성패 요인은 수요층 확보에 있으며 모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재개발을 계획하는 경우라면 토지가 극히 제한된 실정에 알맞게 컴팩시티(compact city, 압축도시) 방식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스카이라인(skyline)을 살리는 범위 내에서 용적률(容積率: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물 각층의 면적을 합한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최대로 높이고 주거용, 사무용, 호텔, 쇼핑몰 등의 복합용도를 조화롭게 개발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빼어난 풍광의 지형적 이점(利點)을 최대한 살리면서 고밀화로 얻어지는 유휴공간(遊休空間)을 대화와 소통 목적의 푸른 광장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때  동북아 반도의 남단 끝, 작은 섬 거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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