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면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면 앞에서
  • 거제신문
  • 승인 200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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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귀식 칼럼위원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지난 23일(토) 오전 9시 출근을 하여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려고 하든데 전화 한 통화를 받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었다. 처음 얼마동안은 솜방망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멍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독백처럼 “설마 오보이겠지” 했는데 그러나 그 소식은 점점 사실로 밝혀지면서 죽음은 서거로 확인되었고 유서까지 기록했다고 하니 노대통령의 영면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으며 나의 두 눈가엔 눈물이 고일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그를 사랑했었던가? 얼마나 그에게 기대했었던가? 그의 실수를 나의 실수처럼 여기며 기도했고, 그의 탄핵 당함을 나의 탄핵처럼 여기며 가슴 졸였고, 열강을 향한 그의 당당함을 나의 당당함처럼 여기며 기뻐했는데.

그리고 퇴임 후 모든 사람들이 진입(進入)하려는 서울을 마다하고 고향 김해의 시골 봉하마을로 돌아온 대통령이 잘되기만을 소망했는데 그렇게 생을 마감하시다니, 오! 통재라. 한국의 민주주의여 대한민국의 내일이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하지 않은 영면에 삼가조의와 애도를 표하며 홀로되신 영부인과 유가족들, 또한 뜻을 함께했든 모든 분들 위에 하나님의 위로와 돌보심이 함께 하시길 빌며 고인의 숭고한 뜻과 정신이 이 나라 이 민족 속에 가일층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뜻하지 않은 고인의 영면 앞에서 우리 국민들의 바람직한 자세를 한번 생각해 본다. 먼저 우리 국민이 취할 자세는 “통합의 자세”이다.

고인의 충격적인 영면을 직면한 유가족들과 뜻을 같이하든 참여정부 인사들을 비롯하여 노사모회원들은 현 정권을 향하여 적대감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파벌을 조장하고 현 정권을 타도하고 싶은 열망도 없잖아 있을 것이나.

그러나 그것이 결코 영면하신 고인의 뜻은 아닐 것이다. 고인은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을 사랑하셨고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가 살사는 세상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고인이 남기신 유서의 내용과 같이 더 이상 원망은 없어야 할 것이다.

상대를 원망하고 정죄하면서 분쟁과 분열을 통하여 갈등과 반목과 정쟁을 일삼는다면 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고인이 그처럼 기대하고 열망했던 것처럼 우리 국민 모두가 더불어 함께 잘사는 나라, 사람 사는 참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분노와 미움과 원망의 감정을 화해와 일치를 통한 통합의 에너지로 창조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지혜로운 민족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에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다 자기 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나 아닌 타인에게는 너무 가혹한 면이 있지 않았는지 우리 자신을 깊이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경제계와 법조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개혁과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박연차의 검은 돈으로 인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노 전 대통령과 이스라엘 민족의 영웅 성군 다윗이 저지른 자신의 충성스러운 신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간음의 사건과 신하를 죽이는 간접적인 살인사건은 그 죄질과 내용에 있어서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사건이다.

그러나 한 분은 스스로의 생명을 끊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며 자신의 가족과 추종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안겨 주었고, 또 다른 한 분은 엄청난 수치와 치욕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철저하게 자기를 성찰하고 회개함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임으로 모든 이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며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역사 속에 그 이름 두 자 ‘다윗’을 남겠다.

사도 바울의 말처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 민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면을 계기로 우리 자신을 철저히 돌아보며 성찰하고 변화시켜 이 나라의 해묵은 찌꺼기를 다 청산하고 새롭게 출발하고 도약하는 되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셋째, “자살을 차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유명인들의 자살사건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현대 아산의 정몽헌 전 회장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던 안상영 전 부산시장을 비롯하여 인사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아오던 박태영 전 전남지사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스타요 만인의 연인이었던 탤런트 최진실씨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최진실씨의 자살사건으로 인해 모방 자살사건이 연일 계속되기도 했다.

필자는 금번 노무현대통령의 자살 사건을 보고 한편으로는 “일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나”하는 안타까움과 연민의 마음도 없잖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민족 속에 자살의 도미노현상이 가일층 심화될까 심히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국의 대통령을 한 사람도 저렇게 목숨을 쉽게 끊는데 내같은 것이 살아서 무엇하랴하는 생각으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바라옵기는 우리사회의 저명한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소식이 끼칠 악영향이 부디 크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아니 오히려 이번기회에 인생에 대하여, 삶과 죽음에 대하여 더 깊이 질문하고 사색하면서 인생자체를 진지하게 음미하며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두 손 모아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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