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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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0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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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경 거제수필문학 회원

ㄷ아파트에 산 지도 벌써 이 년이 되었다. 오랫동안 생활했던 고향이었지만, 공직으로 타향살이를 한 후에 다시 돌아와 이사한 아파트는 처음에 조금 낯이 설었으나 이제는 이웃이 피붙이같이 살갑고 편안하기 그지없다. 아내도 고향생활에 더없이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삼십육 년의 공직생활이 나와 아내의 울타리이면서도 굴레가 되기도 하였고, 그런 세월의 누적이 변화를 두렵게 만들었다. 특히 아내들은 도전이나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가정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한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나는 정년퇴직을 수년 앞두고 명퇴를 결심하였는데, 아내의 반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로 고민을 하였다. 나는 이를 위하여 삼일의 특별휴가를 얻어 마치 신혼여행처럼 해운대, 석굴암, 포항, 동해안을 돌며 아내를 설득하였다.

힘겹게 설득했는데, 지금도 가을이 되면 가끔씩 아내는 그때에 설득당한 여행을 이야기하곤 한다. 이제 고향에서 내가 꿈꾸어 왔던 사회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이를 정말 대견하게 생각한다.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사회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경매, 공매’ 그리고 ‘공인중개사’ ‘무료 시민건강학교’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하여 운영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내실을 기해서 고향 시민들의 평생교육에 힘써야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면서 열심히 살고자 노력한다.

지난 토요일에 우리 아파트 동우회에서 가을산행을 나섰다. 아파트 뒤쪽의 선자산 진입로 부분이 보수공사 중이라 노자산으로 결정되었다.

학동고개에 차를 주차하고 남쪽 바다와 내·외도, 윤돌섬과 구조라 수정봉을 조망하며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비에 젖은 낙엽 위로 숨찬 발을 천천히 옮기며 왼쪽의 바다와 오른쪽의 계곡 단풍을 구경하였다.

산의 기상이 좋기로 소문난 노자산, 그 뒤쪽으로는 거제의 제일봉인 가라산이 버티고 있다. 가라산에 오르면 한산도, 매물도, 사도, 죽도, 욕지도가 발아래에 엎드릴 것이다. 다음엔 가라산에 오르리라 다짐을 하며 오늘의 산행에 열중키로 하였다.

산의 중턱을 지나 정상에 가까워지려는데 길이 애매해지면서 뾰족한 바위와 낭떠러지가 앞에 버티어 섰다. 앞서 가던 이가 “길이 없다. 위험하다.” 소리를 치더니 아파트 동우회의 등산 마니아들로 구성된 선발대에 무전기로 연락을 하였다. ‘내려가는 듯한 길로 내려가다가 오르는 게 맞다’는 연락에 한바탕 웃으며 뒷걸음하였다.

정상의 바위에서 동서남북을 조망하면서 가쁜 숨을 고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휴양림을 향해 하산을 하는데 가을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졌다.

휴양림의 방갈로 앞에서 벌어진 흥겨운 점심 파티는 정말 재미있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각자가 준비한 도시락은 가지가지로 뷔페가 되었고, 사과, 토마토, 감, 배 등의 과일과 식후 원두커피까지 멋진 중찬에 모두가 즐거워하였다. 문동의 오리바베큐 음식점에서 산행에 참석하지 못했던 회원들과 모두 조우하여 만찬을 즐기며 월례회를 가졌다. 

얼마나 멋지고 좋은 이웃인가? 고향에 돌아온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처음에는 다소 서먹했던 고향이 이제야 진정으로 내 옷이 되었다. 일어나서 만나는 이웃이 모두 나의 울타리가 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나의 꿈을 키워 갈 것이고 남은 생을 이웃들과 함께 가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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