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의 손익(損益)계산서
CCTV 설치의 손익(損益)계산서
  • 거제신문
  • 승인 2009.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한배 칼럼위원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가 공공 부문에 15만대, 민간 부문에 2백만 대라고 한다.

앞으로 공공 부문 CCTV를 전국을 일목요연하게 감시할 수 있는 체제로 구축한다고 해서,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란 우리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타에 의해서 노출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생활이 노출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자연적인 노출과 인위적인 노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적인 노출이란 각자의 양심에게는 우리의 모든 것이 언제나 노출되고 있어 선악(善惡)의 평가를 스스로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기독교에서는 ‘하나님께서 불꽃같은 눈동자로 우리를 지켜보신다’고 한다. 어느 쪽이 되었던 이 기능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쁜 일을 하지 못하게 해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인위적인 침해란 에티켓 또는 도덕이라는 것이 우리의 행동거지를 통제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옛날 우리네 생활은 모두가 조그마한 동네에 살면서 생활의 모두가 이웃에 노출된 채로 살았기 때문에, 거창하게 에티켓이니 도덕적이니 하기보다, 남의 눈이 무서워서도 매사에 조심하고 어른들의 말에 순종하면서 행동에 스스로 통제를 받았던 것이다.

조지 오웰(George Owell)이 쓴 ‘1984년’이라는 책에는 국민을 통제·감시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으로, 언제 어디서나 국민을 감시하고 또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는데 그것을 ‘빅브라더(big brother)’라고 했다.

이 장치는 국민에게 노출된 것도 있었지만 노출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것도 있어서, 그 낌새를 채지 못한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을 도청 당하여 반체제 인사라는 낙인이 찍혀 처형된다는 대목이 묘사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은행이나 공공장소 등에 우리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이 시설이 전국적으로 그것도 공공 부문에서 온 국민의 사생활을 일목요연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확대 설치하게 되면 ‘빅브라더’와 같은 기능으로 감시·통제되어 사생활이 침해될 것이라고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 같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 보면 CCTV 설치의 필요성도 절감하게 된다. 전국이 도시화되고 집 구조는 거의가 아파트로 변해 온통 콘크리트로 둘러 쌓여 이웃이 없어진지 오래되고 말았으니, 남의 눈이 무서워 잘못을 자제하는 감시기능이 없어져버렸다.

세상은 물질만능시대로 변하여 자기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보다 이기적인 사람들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양심의 감시기능도 마비되어 오물투기, 무질서한 교통질서, 밤거리 여성폭행 등 어지러운 사회질서와 범죄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기독교 뿐 아니라 종교강국이라고 하지만 어디에서도 ‘하나님께서 불꽃같은 눈동자로 우리를 지켜보신다’는 마음으로 행동을 자제하는 증거를 발견하기가 힘든 지경이다.

우리사회는 이미 인위적 사생활 침해가 불가피해진 것이 아닐까. 우선 도로상에 CCTV를 설치한 후로는 교통사고가 줄어졌고, 쓰레기 불법투기가 줄어들었으며 여인들의 밤거리 나들이가 이전보다 썩 좋아진 현실을 우리는 실감하게 되었다.

이 글의 제목을 ‘CCTV 설치의 손익계산서’라고 하여 손익계산에 중점을 두게 된 연유는 이러하다. 인류를 위해 문명이 발달되고 그로 인해 우리는 편익(便益)을 향유하고 있다. 그러나 매사에 공짜가 없듯이 편익에는 반드시 비용(희생)이 수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고속도로망이 확충되어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좁혀져서 참 편리하다. 그러나 이 편익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상에서 차를 제멋대로 달릴 수 있는 개인의 권리는 통제 당해야 하는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질서를 바로잡고 교통안전을 위하여 그리고 범죄를 예방하여 발뻗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는 데는 그만한 값을 치러야 할 것이 아닌가.

즉 어느 정도 국민의 사생활 침해라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공공 부문의 CCTV 증설은 수지맞는 것이라고 계산서가 뽑힐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지나친 사생활 침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도 CCTV의 증설이 ‘빅브라더’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고, 국민들 또한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행동, 공공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사회생활을 해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더욱 자숙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