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대의 교훈(敎訓)
오죽대의 교훈(敎訓)
  • 거제신문
  • 승인 2009.0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영조ㆍ독자

.

▲ 전영조/독자
오죽대의 교훈(敎訓)

 

마을 사람들의 사랑받던 우리집 오죽대 세 나무
너의 검정색 줄기는 귀하여 보석처럼 빛나고
너의 푸른 잎은 겨울의 삭막한 주택가에 따뜻한 봄을 기약하는 유일한 상징

너는 봄날 하루 밤에 죽순 셋을 세상에 보내는 요술쟁이
너는 몸과 가진 것 모두 자식에게 다주고 조용히 죽어갔다
너보다 크게 자란 너의 자식들 따뜻한 여름날 너를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

푸르름을 뽐내던 그들은 슬프게도 겨울 찬바람에 얼어 죽어갔다
천년 고찰 양양 낙산사 오죽대는 의상대사에게 절 세울 위치 명시하고 오늘도 건재한데
너희는 우리집 화단이 추워서 따뜻한 남쪽 고향으로 떠난 것인가
너희 말라죽은 대나무 귀하여 기념비처럼 세워두고
너희에게 따뜻한 친구 더덕을 너희 옆에 심었다

5월의 따뜻한 봄날 하루 밤에
지상의 모두를 다 받은 너의 자식 죽순 넷은
더덕의 숲을 헤치고 나 여기 있소 하고 우뚝 섰다

거제도 자식들은 학교(學校)와 문화(文化)가 있는 도시(都市)를
열열이 동경하여 무작정 섬에서 탈출을 시도하였다

가난하고 소박한 섬 촌사람 우리 부모
슬하를 떠나는 자식들 양복 호주머니에 꼭 질러 넣어둔 꼬깃꼬깃 접은 돈
학업과 도시 입지의 밑거름되기를 염원하시고

떠나는 배 포구(浦口)를 벗어나 시야(視野)에서 사라져도
갯바위처럼 서있던 우리 부모
오늘 밤에도 거제도 외포리 옛 우리 집에는
이 자식(子息) 기다리는 호롱불이 켜져 있겠지

날이 새면 남쪽 하늘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 꾹 누르고
세상풍파(世上風波)와 싸워 이겨 대지(大地)에 홀로 우뚝 선 장한 자식들

보은(報恩)과 효도(孝道)의 세월(歲月)주지 않아
부모님의 사별에도 울지 못하는 불효자(不孝子)들
오죽대 네가 부러워진다

하찮은 줄기 식물 오죽대 너는 자식(子息)을 위한 부모(父母)의 희생(犧牲)과
자식(子息)은 키가 큰 대나무로 성장(成長)하여 부모에게 보은(報恩)하는 교훈(敎訓)을
가시적(可視的) 객체(客體)로 나에게 이렇게 교도(敎導)할 줄이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