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사는 동네에 통장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관심이 없는 탓도 있지만 통장에 대한 인식자체가 부정적일 때도 많다. 통지서나 소식지를 나눠주는 단순 업무는 통장의 권위를 더욱 상실 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지역민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범적인 통장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이 통장의 직업은 삶과 죽음의 경계 1초와 싸우는 응급구조사다.
통장과 응급구조사라는 두 직업의 공통점은 쉴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이다.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오늘의 주인공은 상문동 3통장 이자 응급구조사인 박남수(거제메디컬센터·47)씨다.
지역민을 대표하는 통장이 주민전체를 위해 고충을 겪고 있지만 그 수고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통장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통장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고지서나 민원을 해결 하기위해 아파트 몇 개 동 한 층씩 걸어 내려오면서 벨을 누르고 앵무새처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작업은 힘이 들기 마련이다. 그것도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나지 못한 집은 두 번 세 번 가야 한다.
더구나 통장 활동만으로도 벅찬데 그의 직업은 하필이면 응급구조사다. 그는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어떤 일보다도 사고 현장부터 출동해야 한다. 응급구조사는 현장 및 환자 이송 중에 응급처치를 담당하기 때문에 신속정확이 직업의 생명이다.
그의 하루는 주차장과 아파트 이곳저곳을 살피는 일로 시작된다. 통장을 3년째 하고 있는 그는 주민들이 함께 더욱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가는 꿈을 꾸고 있다.
통장이 하는 일의 범위는 넓기만 하다. 노점상과 불법 주정차, 쓰레기 무단투기와 뒷골목 청소 등 지역 현안에 대해 통장이 큰 어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여간 많지 않다.
그는 “통장이 일을 안 하려면 한이 없지만 찾아서 하려면 구석구석에 할일이 쌓여있다. 더구나 요즘 같은 시절에는 주민들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항상 아파트 주위를 세심히 둘러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과 함께 아파트 인근 환경미화 작업을 펼치는가 하면 주민들과 함께 주민운동회나 범죄예방, 안전시설물 설치 등을 의논하는 등 자신이 소속된 아파트지역의 발전을 위해 늘 분주하다.

하지만 통장업무를 보다가도 사건사고접수가 이뤄지면 만사 제치고 쏜살같이 출동한다. 아파트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심장마비, 교통사고 등 긴박한 위급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질병의 악화를 방지하는 응급구조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지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늘 살인적인 업무 속에 지칠 만도 한데 그의 눈가엔 늘 웃음이 가득하다. 그는 “응급구조사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늘 긴장 속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빠른 이송이나 응급처치로 인해 새 생명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에게 평판이 좋은 그지만 그의 가족에게는 점수가 좋지 않다. 업무가 바쁘다 보니 같이 놀아 줄 시간도 신경 써 줄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통장이나 응급구조사나 매사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인드를 가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지역민들과 함께 상호화합의 장을 이끌 수 있도록 맡은바 최선을 다하고 범죄 없는 마을, 안전한 마을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대동다숲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까지 맡았다. 더욱 바빠질 그의 24시간이 상상된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상문동 3통장 박남수씨의 남다른 열정에 박수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