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는 12개 공방이 모였다는 뜻이 아니라 열두 고개, 열두 대문처럼 ‘아주 많다’는 뜻의 수식어로 붙었다.
점점 민간으로 흡수된 12공방 장인들은 나전칠기, 목가구, 자개제품 등 야무지고 솜씨 좋은 공예품을 만들었고 요즘 사람들이 봐도 실용성과 세련미 면에서 손색없는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겼다.
일제 강점기까지 번성했던 12공방은 현대로 들어서 인기를 잃었고 무형문화재 전수자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전통 공예 장인들과 현대 디자이너들이 뭉쳐 프로젝트 ‘크래프트(Craft) 12’라는 이름으로 12공방의 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함께-마음으로 듣는 소리’를 썼던 조윤주씨가 통영시의 후원을 받아 쓴 ‘명품명장 통영 12공방 이야기(디자인하우스 펴냄)’는 12공방의 역사를 돌아보고 ‘크래프트12’의 새로운 도전을 기록한 책이다.
‘크래프트12’에 참여한 디자이너 손혜원ㆍ김욱선씨는 통영시의 주선으로 송방웅 나전장, 김금철 소목장, 김휘범 통영비연 장인, 조성연 누비 장인, 추용호 소반장 장인 등 전통 공예 장인들을 만나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전통 기법을 양보하는 데 선뜻 나서지 않았던 장인들은 점점 장인으로서 자존심을 현대화에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통 누비와 소목 기술이 고전미와 현대미가 함께 살아 있는 식탁과 의자로 탄생했고, 전통 갓이 조명으로 변신했으며 주칠이 콘솔로, 옻칠과 자개가 거울로 재탄생했다.
장인들의 기술력이 살아 있으면서도 현대의 일상에서 가구로 사용되기에 충분한 제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올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와 이탈리아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에서 전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