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안경
투시안경
  • 거제신문
  • 승인 200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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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 개봉된 「파리 텍사스(Paris Texas)」라는 영화가 있었다. 사막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운명적으로 만났다 헤어진다는 이야기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영화 중에 여주인공 나스타샤 킨스키가 일하는 이상야릇한 접객업소의 풍경이 나온다. 업소 여자들은 손님에게 직접 몸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신체의 어느 부위 또는 나체로 어떤 행동을 보여주면 숨어서 보는 것이다. 이런 곳을 피프 하우스(peep house)라고 한다. 호기심이 발동하도록 작은 구멍이나 틈을 만들어 놓고 몰래 들여다보는 곧, 훔쳐보는 집을 뜻한다.

피핑 톰(peeping Tom)이라는 말도 있다. 11세기 영국에서 있었던 일로 수전노였던 영주가 농민들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자 그 부인이 깎아줄 것을 요구한다. 남편이 그럼 알몸으로 말을 타고 성을 한바퀴 돌면 세금을 깎아 주겠다고 제의한다. 못할 줄 알고 한 말이었는데 정작 아내가 알몸으로 성을 돌았다. 농민들은 고마운 부인을 위해 모두 창문을 닫고 내다보지 않기로 했지만 톰이라는 재단사가 약속을 어기고 훔쳐보다가 눈이 멀고 말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타인의 나체나 성행위를 훔쳐보거나 엿보면서 성적 만족을 느끼게 되는 관음증(voyeurism)은 변태성욕의 하나로 분류되지만, 직접적인 성행위가 아니라 간접적 방법으로 성적 만족을 얻는다는 점에서 현대의 모든 예술행위에도 적용된다.

반드시 필요한 것 같지도 않는데 영화나 드라마 속에 베드신을 삽입하고, 그것이  진하면 진할수록 관객은 안 보는 척하면서 몰려들기 마련이다. 홈쇼핑에 유달리 여자 속옷 판매가 많은데 시청하는 부류는 여자보다 오히려 남자가 많다고 한다. 이런 전략의 바탕에는 남을 훔쳐보는 관음증적 만족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근래에 중국산 투시안경 때문에 떠들썩했다. 안경을 쓰면 이성의 알몸을 훔쳐볼 수 있다는 광고로 남자들의 훔쳐보기 심리를 자극하더니 알고 보니 사기행각에 불과했다니 좋다만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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