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고현만이 매립되고 인공섬이 들어섰다. 새로운 ‘섬 도시’ 조성이 한창이다. 인공섬 부지분양이 한창 이뤄지고 흥정이 오가고 도시 전체가 꿈틀거리고 있다.
시민들도 인공섬이 어떻게 조성되고 지역에 어떤 유ㆍ무형의 부가가치를 줄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설레임으로 그 완성된 모습을 연상해 보기도 한다.
거제시와 삼성중공업의 대대적인 홍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거제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몇 년만 있으면 거제의 랜드마크가 바다 위에 떡 하니…
그러나 장마철이다. 문제가 생겼다. 유독 비가 잣더니 12일, 13일 들어서는 연일 호우예보가 나온다. 2013년 7월13일 거제지역에 호우특보가 발령되고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집계되는 강우량이 13일 오전 9시 현재 벌써 150mm를 기록했다. 앞으로 150mm - 2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가 되고 있다.
오전 11시 벌써 고현천이 범람했다. 고현만이 만조시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바닷물이 밀고 오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인공섬으로 수로가 좁아지면서 유속이 더욱 빨라졌고 갈 곳을 잃은 거대한 물 줄기는 인근의 도심으로 그 물고를 터며 쏟아져 들어간다. 터진 물줄기는 그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도심 뿐 아니라 인근의 장평, 삼성조선까지 밀려 든다.
특히 건조중인 선박, 장비 등에까지 밀려들며 초토화 시킨다. 재산상 피해가 막심하다. 고현천과 바다가 포화상태가 되고 도심의 배수시설 역시 제 기능을 못하면서 곳곳에서 거센 물줄기를 토하고 둑이 터지는 것이다.
단순히 물에 잠기는 것이 아니다. 쓰나미처럼 쓸고 나간다. 고현시내가 아비규환이다. 생과 사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대피방송이 다급하게 이어지고 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물에 쓸려가기도 한다. 인공섬으로 좁아진 바다, 때마침 만조, 호우, 도심 배수시설 가동 불가, 고현천 범람 등이 동시에 이뤄지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중앙 방송국들이 속속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전국 탑 뉴스로 거제의 이해 못할 상황이 실시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380mm의 비가 내렸다. 재난 집계가 발표되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사망 5명, 실종 30명, 재산피해 수 조원….
2013년 7월13일 오후 9시 고현도심, 도시 전체가 암흙으로 뒤덮였다. 넋을 잃고 앞날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한 숨소리만이 암흙을 뚫고 새벽을 향해 줄달음 치고 있다.
중앙 방송들이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다. “인공섬이 조성되면서 배수공간이 줄어들었다” “만조와 겹치면서 바닷물이 역류했다”“기존 도심의 배수시설 역시 급성장하는 도시규모에 대비한 준비와 개선이 부족했다” “총체적으로 인공섬의 조성에 따른 자연적 배수의 왜곡이 이런 비극적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 원인이다”는 지적과 평가와 분석들이 연일 뉴스의 헤드를 장식하고 있다.
7월14일 오전 날이 밝자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끔찍하다. 이렇게 될 줄이야…. 하루만에 일어난 대 참사에 시민들은 망연자실해 한다. 아직 실종자 수색이 한창이고 복구작업에 팔을 걷어 붙여 보지만 힘이 나지 않는다. 정부는 거제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고현만이 매립되고 인공섬이 조성될 경우 최악의 경우를 상상해 본 것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 7일 238mm의 비에 고현 도심 곳곳이 헛점을 드러냈다.
이날은 만조시와 겹치지도 않았다. 넘쳐나는 물을 다 받아낼 수 있는 너른 바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안했다. 고현천이 가득 찼고 배수가 역류했고 도로가 들고 일어났다. 곳곳이 침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쯤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거제시와 삼성중공업은 이에 대한 솔직한 답을 내 놓아야 한다. 대충 대충 숨기고 가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이 없으면 인공섬 추진은 포기해야 한다. 죄악이기 때문이다.
재난은 항상 만약의 경우를 동반한다. 재난대비 역시 만약의 경우를 전제하는 것이다. 시의 대응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