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에 가면 명부전(冥府殿)이라는 사찰 당우가 있다. 죽은 영혼이 가는 저승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지장보살을 주불(主佛)로 모시고 좌우에 도명존자(道明尊者)와 무독귀왕(無毒鬼王)을 협시(脇侍)로 하고, 좌우로 둘러가며 저승의 심판관인 시왕(十王)과 그 앞에 시동(侍童) 열명, 그밖에 판간(判官) 둘, 녹사(綠事) 둘, 입구의 장군(將軍) 둘까지 갖춘 무시무시한 공간이다.
지하세계를 일컬어 유명계(幽冥界) 또는 명토(冥土)라 하고, 그 곳을 다스리는 왕은 염마왕(閻魔王)이고, 왕의 궁궐을 명부(冥府)라 한다. 염마왕은 귀신세계의 수령이며, 사후 지옥세계를 지배하는 왕으로 우리가 말하는 염라대왕(閻羅大王)으로 시왕 중 다섯 번째로 발아래 업경대(業鏡臺)를 두고 전생의 선악의 업을 명경(明鏡)보듯이 훤하게 볼 수 있어 그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시왕의 심판이 끝나면 그 죄과에 따라 아귀, 축생, 인간 중 어느 하나로 윤회하게 된다. 시왕은 정확하게는 「십왕」이지만 발음이 듣기 거북하여 「시왕」이라는 속어로 변했는데 「십월」을 「시월」이라하는 이치와 같다. 지옥의 판관인 시왕은 불교 경전에 나오는 용어가 아니다. 불교가 중국에 유입될 때 중국에서 성행했던 도교(道敎)와의 결합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저승에 있는 시왕으로부터 7일에 한번씩 일곱 번을 심판 받게 된다. 그게 49재(齋)이고, 이후로는 100일, 소상(小祥), 대상(大祥)까지 모두 합하면 열 번을 심판대에 나가야 한다. 이승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 때마다 재를 올리는 것은 죽은 자의 명복을 빌면서 아울러 시왕이 심판할 때 너그럽게 봐 달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49재는 전통적인 불교예식이라기 보다 6세기 경에 이르러 불교의 윤회사상과 유교의 전통인 조상숭배사상이 절충된 불교식 제사의례다.
지난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내고 생가 근처에 안장되었다. 고인의 명복과 함께 시왕으로부터 좋은 평가가 있었기를 기원해 본다. (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