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볶아 먹으랴
번갯불에 콩 볶아 먹으랴
  • 거제신문
  • 승인 2009.0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도가 도내 바다와 인접한 9개 시·군을 대상으로 (재)조선기자재연구원 경남분원 유치를 공모했으나 단 한 곳도 응하지 않아 그야말로 난감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세상사 모두는 될 만 한 소리를 해야 먹힐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경남도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조건을 제시한 채 허공에 대고 손만 휘 젖는, 말도 안 되는 공모신청 조건을 내놨다.

경남도가 제시한 공모신청 조건은 6만6,000㎡(해양플랜트 사업부지 3만3,000㎡, 산업원천기술 개발사업 등 추가사업 추진부지 3만3,000㎡)의 부지 무상제공(양도)과 또한 해안과 연접한 부지, 국토이용계획, 도시기본계획 등 기타법령에 의한 분원 설치 가능지, 올 연말까지 착공가능 부지(착공 불가 때는 대상 제외), 수도 및 전기시설 6.6㎸/6,000㎾ 공급 가능 등 이었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조선도시, 거제시는 꼭 필요한 시설로 인정, 최우선적으로 이를 환영하며 장목면 송진포 일원 과 오비산단 등에 조선기자재 연구원 경남분원의 유치 밑그림을 그려봤다. 최고의 조선도시에 또 하나, 날개를 달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경남도의 조건을 맞출 수 없어 사실상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론내야 했다. 조선기자재 분원의 우선 조건은 부지도 부지지만 해변을 접해야 하고 또 이 해안의 수심도 5m이상 되는 곳이어야 하며 더구나 착공도 올 연말까지는 가능해야 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이 사업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토이용계획, 도시기본계획 변경, 부지매입비와 부지조성비 마련, 부지매입 절차 등 제반절차가 있는데 불과 너덧 달 만에 이를 성사시켜야 한다니 번갯불에 콩을 볶아 먹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뿐만 아니다. 이를 신청하면 부지매입비, 부지조성비 등 초기비용이 최소 150억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사유지를 매입할 경우 매입비용이 최대 400억원 가까이 필요하며 또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때는 추가부담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조건도 까다롭고 금융부담도 뒤따르는데다 장밋빛 결실도 불분명한데 어느 지자체가 선뜻 나서겠는가. 조선기자재 분원 공모 관련, 경남도내 지자체들 모두가 응모는 커녕 ‘사돈네 쉰 떡 보듯’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기자재연구원 경남분원은 조선도시, 거제시로서는 꼭 필요한 시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조건이 맞아야 유치가 가능한 것이다.

경남도가 이 문제를 재검토,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군침을 흘릴 수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길은 두 가지 뿐이다. 

한국조선기자재연구원 경남분원 유치를 아예 포기 하든지, 아니면 경상남도의 멋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