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스톱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즐기는 놀이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한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다. 오죽하면 영국사람 셋이 모이면 토론하고, 프랑스사람 셋이 모이면 노래하고, 중국사람 셋이 모이면 장사하고, 한국사람 셋이 모이면 고스톱 친다고 했을까.
우리나라 민족성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새겨 들을만한 이런 이야기도 있다. 한국사람 혼자 있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자고, 둘이 모이면 남 험담하고, 셋이 모이면 고스톱치고, 넷 이상 모이면 지연 학연 혈연 따져 지편 내편 가른다고 한다.
고스톱 또는 고도리(-五鳥)는 본디 우리 고유의 민속이 아니라 19세기 경 일본 쓰시마섬(對馬島)을 통해 상인들이 전파시켰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 후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간 한국인들이 귀국하면서 화투를 여러 벌 사와 선물로 나누어 주면서 급속하게 대중속으로 파고들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주장으로는 나라 잃은 백성의 저항의식을 막기 위해 일제가 화투를 의도적으로 보급했다는 설도 있다.
한 여론 조사기관에서 국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여가시간에 가장 즐기는 놀이를 설문조사했더니 압도적 1위가 고스톱이었다. 우리나라 사람 셋이 모이면 장소불문, 행사불문, 분위기불문 고스톱을 친다고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게임이 개발되면서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유비쿼터서 시대가 되고 말았다.
동네 지인끼리 모여 10만원 상당의 판돈으로 점당 100원짜리 술내기 고스톱을 친 사람들이 도박협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는 벌금형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일이 춘천에서 있었다.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노름으로 간주한다면 고스톱 공화국이라 불리는 이 땅에 도박형 범법자는 지천에 깔릴지 모를 일이다.(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