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철물의 수명
보철물의 수명
  • 거제신문
  • 승인 200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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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향리고운치과 원장

환자분들께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 해넣으면 얼마나 쓰느냐”입니다. 텔레비전은 10년 쯤, 자동차도 10년 정도 하는 기대 수명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치과 보철물에 대한 기대 수명을 묻는 것이지요. 상당히 자주 듣는 질문인데도, 아직 저는 똑부러지는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미천한 경험 탓일수도 있겠지만, 저의 은사님 또한 ‘수명 예측불가’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같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을 생각해보면, 기대수명이 왜 10년일까요? 아직 흑백 텔레비전을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마 기대 수명의 4배(40년)는 쓰셨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10년 정도 쓰면 바꿀 때가 되었다고들 하시는데, 그것은 텔레비전 자체의 문제보다는 주변 환경의 변화 때문일 것 같습니다.

흑백에서 칼라로, 브라운관에서 PDP, LCD로, SD급에서 HD급으로…. 옆집에서 더 좋은 텔레비전을 장만하니, 우리도 더 크고 좋은걸로 바꾸게 되는 상황이 10년 정도마다 되풀이 되는 것이지요.

텔레비전은 고이 모셔놓고 멀리서 보기만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내구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겠지만, 자동차는 텔레비전처럼 유행에 대한 기대 수명 외에 내구성에 대한 수명도 있을 것입니다.

아스팔트를 달리던 차가 비포장도로, 자갈밭을 달리기도 해야하니 웬만한 충격에 견딜 수 있어야 겠습니다. 또한 계란을 깨놓으면 익을 수도 있는 뜨거운 도로 위를 달려야 하고, 혹한에서 홀로 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출퇴근용 차량은 10년 동안 5만 킬로미터를 주행하기도 하지만, 영업용 택시는 10년 동안 50만 킬로미터를 달리기도 합니다. 차에 가해지는 가혹 조건이 차량마다 무척 다르기 때문에, 기대 수명이 일률적으로 10년 정도 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자동차에 대한 기대 수명은 5년에서 15년 정도’라고 말하는 것이 좀더 나을 것 같습니다.

치과 보철물의 기대 수명을 얘기하려면 자동차보다 더 복잡한 변수를 고려해야할 것 같습니다. 일반 성인의 어금니 교합력(씹는 힘)을 비교해보면 3배 정도의 편차가 있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시는 반면, 어떤 분은 오징어 이상의 질긴 음식을 선호하십니다.

보철물에 가해지는 ‘충격량’만 보자면 치과 보철물은 텔레비전이 아니라 자동차에 가깝습니다. 거기에다 이를 잘 닦는가, 아닌가하는 요소도 생각해야 합니다.

보철물은 세균에 의해 썩지는 않지만 치아 및 잇몸은 유기물(생체)이기 때문에 보철물 내부 치아부분은 세균의 공격을 받으면 썩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보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상한 치아를 복구한다는 뜻이기에, 말하자면 중고를 수리하여 쓴다는 것이기에, 어떤 상태의 ‘중고 치아’였느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많이 상한 상태에서 보철을 했으면 당연히 수명은 짧을 수 밖에 없겠지요.

이러한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자동차보다 치과 보철물은 그 수명을 산정하기가 무척 난해합니다. 굳이 수명을 얘기하라면, 텔레비전은 10년, 자동차는 5년에서 15년, 치과 보철물은 1년에서 30년 정도로 잡으면 어느 정도 맞지  않을까요?

대한치과보철학회의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철물 평균 수명은 6년 내외라고 합니다. ‘6년’이라는 수치는 논문마다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저는 ‘6년’이라는 수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 환자마다 너무 다른 값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치료하는 치아마다, 보철물마다 각기 다른 수명을 가진다면, 그 수명이 얼마인지를 예측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오래쓸지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이가 상하기 전에 양치질 및 정기검진으로 예방하고, 이미 상한 치아는 빨리 치료한 뒤, 정기 검진을 통해 더 상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치과 치료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좀더 건강한 치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들르시는 치과의 주치의 선생님께 오늘 한 번 가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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