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경리 선생 ‘3대 보물’ 어디로 가나?
故 박경리 선생 ‘3대 보물’ 어디로 가나?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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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 2010년 개관 기념관 전시 추진 vs 토지문화재단 “원주 사택 보존, 이관 안해”

통영이 낳은 현대문학의 거장 소설가 고 박경리 선생 기념사업이 통영시와 하동군, 강원도 원주시 등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면서 이른바 ‘3대 보물’의 향후 행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선생의 보물은 그가 늘 옆에 두고 사용한 국어사전과 손때 묻은 재봉틀, 통영 소목장(小木匠·목재로 만든 세간) 등 3가지.

이 물건들은 박경리 선생이 생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나의 생활이요, 문학이요, 예술’이라고 소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박 선생 타계 이후 소설 ‘토지’의 육필원고와 함께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통영시는 박 선생의 유품들을 2주기인 오는 2010년 5월 5일 고인의 묘소 인근인 통영시 산양읍 양지농원 입구에 개관될 박경리기념관에 전시키로 했다.

유품에는 본명인 박금이(朴今伊)로 돼 있는 여권과 진주여고 재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일본어로 쓴 ‘토지’ 1부 친필원고(490장), 고인의 연필 드로잉 등이 포함돼 있다.

통영시 관계자는 “박 선생이 지난 2007년 12월 통영을 방문, 3가지 보물을 통영시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며 “구체적 인수절차 등에 대해 유족과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양사업을 총괄 추진하는 토지문화재단 관계자는 “선생이 아끼셨던 3가지 물품을 통영에 보내라는 말은 없었다”며 사실상 통영시에 이관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선생이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화촌마을의 사택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후에 이곳이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혀 3대 보물이 원주의 토지문화관에 전시될 것임을 시사했다. 토지문화재단은 통영시가 당초 박경리문학관을 건립키로 하자 박경리 기념관으로 이름을 바꾸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3대 보물 문제를 유족 측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며, 내년 5월 박경리기념관이 완공되면 자연스럽게 통영으로 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문제로 고인 및 유족 측의 명예와 향후 추진 중인 추모사업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영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박 선생의 3대 보물 유치경쟁이 벌어지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평생을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다간 고인의 뜻을 훼손하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최대한 유족 입장을 존중하되 박경리기념관 개관기념으로 장기 임대하는 방안 등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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