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어민 어업피해 법정 공방 10년째
삼성↔ 어민 어업피해 법정 공방 10년째
  • 백승태 기자
  • 승인 2006.11.15
  • 호수 1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해양연구원  “삼성중공업 고현만 오염에 기여” 결과 발표
삼성중공업 “오폐수 최신 정화시설 거쳐 처리, 생태계 해 없다”

삼성조선이 고현만 오염에 상당부분 기여했고 이로 인한 어업피해도 크게 발생한 것으로 한국해양연구원의 용역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로써 고현만 오염으로 인한 어업피해 원인을 두고 인근 어민들과 삼성조선소간의 10여년에 걸친 지리한 싸움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특히 가조도 창내어촌계를 비롯한 인근 어민들이 삼성조선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이같은 감정결과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발표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의한 어업피해 감정서’에 따르면 2003년 9월22일부터 2005년 11월30일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주변 해역에 대한 오염실태와 어업생산량 등을 조사한 결과 감정대상 어업 8백6건의 년간 어업손실액은 수십억원으로 추정했다.

또 연간 어업손실액 중 삼성조선소에 의한 어업손실액은 공업용 방오페인트인 TBT 사용년도(1995-2000년) 기준시에는 1년간 16억9천2백여만원, 3년간 50억 7천6백여만원, 10년간 1백69억2천여만원으로 추정했고, TBT 미사용년도 기준시는 1년간 8억2천5백여만원, 3년간 24억 7백여만원, 10년간 80억 2천5백여만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TBT 사용여부가 고현만 오염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어업손실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 삼성측(피고)이 이번 감정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의 최종판결에도 한국해양연구원의 감정결과가 얼마만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피해어민 삼성 상대 손해배상 청구

가조도 어민들을 중심으로 한 어민들과 삼성조선의 법정 공방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조도 어민들은 피조개 종묘가 부착되지 않고 생산량이 급감하자 삼성에서 선박 건조시 사용하는 방오도료의 TBT(유기주석 화합물)가 어장 피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피조개 종묘 양식업 TBT도료 피해보상 거제 대책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고 이후 인근 어촌계와 연대해 ‘고현만 어업피해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대책위는 삼성과의 수십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어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99년 4월 어민들은 어선 80여척을 동원, 해상시위를 벌였고, 2000년 7월 차량 1백여대와 어민 1천여명을 동원해 대규모 집회를 벌이면서 사태는 갈수록 확산됐다.

어민 7백96명은 2001년 2월 창원의 로패스합동법률사무소 김동구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삼성의 해양오염으로 인해 어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어민 1인당 1백만원씩 모두 7억 6천9백만원을 배상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이어 7월30일에는 1백96명이 2차 소송을, 11월3일에는 34명이 3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인근 어촌계와 잠수기어업까지 가세, 강광시 외 1천8명의 원고가 삼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현재 이 사건은 병합심리로 진행중이며 내년 2월께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전망이다.

한편 원고 소송대리인인 김동구 변호사는 삼성조선소에서 배출된 각종 오염물질에 어장들이 노출된 결과 어패류 수확량 감소, 어장의 이동 및 업종 변경 등 막대한 어업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삼성을 상대로 재산·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측은 이번 감정결과에 대해 일부 의문을 제기하면서 법원을 재판 결과에 따라 모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 아연 납 등 중금속 축적 심각 
TBT가 고현만 오염에 기여 평가

대책위와 삼성측은 정확한 어업피해 원인규명을 위해 서로 합의하에 한국해양연구원을 용역기관으로 선정, 용역비 9억원(양측 4억5천만원씩 부담)을 들여 2003년9월22일부터 2005년11월30일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주변 해역에 대한 오염실태와 오염원, 오염물질이 해양에 미치는 영향, 어업생산량, 어업피해정도, 어업손실액 등을 조사했다.

피해감정 대상어업은 마을공동어업 23건, 패류양식어업 34건, 정치망어업 3건, 해상종묘어업 39건, 잠수기어업 47건, 정치성구획어업 52건, 연안어선어업 6백6건, 육상양식어업 2건 등 모두 8백6건으로 TBT 사용년도와 미사용년도를 구분, 세분화해 어업손실액을 평가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부유물질 COD 총질소 총인 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고현만 내측에서 외측으로 갈수록 수질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고, 구리와 아연, 니켈, 비소 등 중금속도 만의 내측에서 높은 분포를 나타내 오염원이 만의 내측에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삼성조선과 인접한 측정점에서 매우 높은 구리와 아연 농도가 출현했다고 밝혔다.

특히 1990-2000년까지의 퇴적층에서 삼성조선소에 가까운 곳이 다른 곳보다 구리 5배, 아연 3배, 납 2배 정도 높은 과잉량을 보였으며, 진주담치의 중금속 축적 정도도 내측에서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국해양연구소는 조사 결과를 종합, 해양의 해수, 퇴적물과 진주담치에 나타난 높은 구리와 아연 농도의 주 근원은 삼성조선이며, 이는 TBT 분석결과와도 일치한다고 결론지었다.

또 유기물 지표인 COD는 도시화에 의한 영향이 컸으며 총질소는 장평천과 혼합방류수에서, 총인은 장평천에서 높은 농도로 기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어업피해의 주요 물질이 해수 중에 용해돼 있는 TBT와 표층퇴적물에 퇴적돼 있는 TBT, 구리, 아연일지라도 이들 물질이 삼성조선에서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므로 조사결과를 근거로 삼성조선소에 의한 어업피해 기여율을 감안, 손실액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해양연구원은 어업손실 배상대상 여부의 판단은 감정기관과 재판부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하고 최종적인 판단은 재판부에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민들 주장

한국해양연구원의 용역결과가 발표되자 어민과 삼성조선의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어민들은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의 용역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결과를 토대로 한 조속한 법적 판결과 손해배상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측이 일부 용역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확한 사실확인 절차를 요구하는 등 어민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사실을 언론 등에 알리면서 집단시위 등 모든 방법을 강구,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적극적인 손해배상 의지도 없으면서 ‘협상’이라는 ‘물타기 전략’ 등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은 “삼성측은 시간만 끌 것이 아니라 이번 용역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어민과의 대화에 나서 빠른 시일내에 법적판결을 이끌어내고 손해배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입장

삼성측은 이번 감정결과에 대해 일부 의문을 제기하면서 용역결과에 대한 사실조회 등 검정절차가 뒤따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고현만 오염이 삼성뿐만이 아니라 생활하수 등 종합적 원인에 기인한다고 강조하면서 인근에 조선소 등 기업체가 없는 하청·덕곡 등 고현만 인근해역과 유사한 오염도가 측정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조선소의 생산현장과 후생시설에서 발생하는 모든 오·폐수는 최신의 정화시설을 거쳐 생물학적, 화학적 처리과정을 통해 생태계에 해가 없는 깨끗한 물로 방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정평가 중 언급된 방류수 같은 경우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은 법적 허용기준치 20ppm 보다 훨씬 강화된 회사 자체기준에 따라 5ppm 이하며,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법적 허용기준치 90ppm 보다 훨씬 낮은 5ppm 이하로 이미 여러 차례 검증 끝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돼 장평천으로 흘러 들어간 오·폐수는 삼성중공업에서 나온 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매년 이상기후 등 적조로 인해 바닷물 산소량이 부족한 ‘빈산소수괴’ 현상이 발생돼 고현만 앞바다(진해만)의 어패류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명히 감정평가서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어민들이 주장하는 어업손실은 빈산소수괴 현상을 비롯한 천재지변, 기타 오염원에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도 그 원인을 삼성중공업에 전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어업손실 배상 대상 여부의 최종적인 판단은 재판부에서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삼성중공업은 어민들과의 사태 해결 가능성을 높여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사도 환경보호에 적극 노력하고 있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는 기여도도 인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