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설탕처럼 너무 달지도 않고 꿀맛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사탕 맛도 아닌 달콤한 맛. 입맛에 ‘착’하고 달라붙는 고소하고도 달콤한 맛을 표현하는 식품이 있다. 바로 조청이다.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또 그 어머니가 물려준 손맛을 살려 조청을 만들고 있다는 ‘둘래야’의 노둘래 대표(52·여).

그녀는 먹거리가 많아진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조청을 만들기 위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날씨에도 펄펄 끓어오르는 솥단지를 지키고 있다.
추석을 한달 남짓 남긴 요즘 그녀의 손놀림은 더욱 분주해 진다. 최근 그녀가 만든 조청이 맛있다고 소문나면서 명절을 중심으로 조청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958년 일운면 구조라에서 출생한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조청 만드는 법을 배웠다. 당시 거제지역에서 조청을 만드는 집은 그리 드물지 않았다.
지금은 제품에 ‘둘래야’란 상호를 붙일 정도로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지만 유년시절 촌스러운 이름이라 놀림도 많이 받았다는 그녀. 이제는 다소 투박한 그녀의 이름이자 상품인 ‘둘래야’가 달콤한 전통의 맛을 이어가는 대명사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녀의 유년시절 조청은 일반 서민에게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식품이었다. 보릿고개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이라 대량의 쌀이 소비되는 조청은 일반 서민에게 고급식품을 넘어 사치스런 음식으로 분류 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적 부유했던 그녀의 집안에서는 명절이면 어김없이 조청을 달였고 그녀에게 조청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그리움이 묻어 있는 소중한 추억의 식품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녀가 조청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전. 당시 거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일자리창출의 일환으로 계획한 특성화농업경영자과정을 수료하면서부터다.
그녀는 “당시 거제시 농촌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조청 가공공장을 만들 수 있었고 그 도움이 많은 격려가 됐다”며 “농촌기술센터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조청을 상품화 하게 된 그녀는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되 최고 좋은 재료를 선택해 ‘건강하고 정직한 제품’을 내놓자는 것이었다.

전통 수제품은 양이 아니라 ‘맛과 정성’으로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그녀가 만든 조청은 100% 거제에서 생산된 거제쌀과 거제에서 생산된 보리로 만든 엿기름을 사용한다는 표기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녀는 지난해 열린 ‘Feel 경남사랑 2008 향토식품 경연대회’에 참가, 유자조청차로 향토음료 부문에 참가해 금상을 차지한데 이어 또 창작요리 부문에도 죽순강정을 출품해 금상을 차지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멸치볶음이나 콩조림 등을 만들 때 설탕 대신 조청을 사용하면 단맛을 느끼면서도 건강한 식사가 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조청을 양념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요즘 일본시장진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관광객들에게 조청이 관심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식품의 판로가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앞으로 조청과 같은 전통식품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전통식품만을 모아 판매하는 ‘전통식품관’을 마련해주거나 지역 할인점에 일정 부분 전통식품 코너를 운영하도록 하는 등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둘래야 조청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맛과 정성을 그대로 물려받아 담은 전통식품 일 뿐만 아니라 거제의 향이 어우러진 거제의 맛”이라며 “앞으로 사람들이 조청하면 거제 조청을 떠 올릴 수 있도록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조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