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거제 한바퀴
걸어서 거제 한바퀴
  • 거제신문
  • 승인 200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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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얼마전에 한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개봉했더니 링 제본으로 깔끔하게 제작된 포토폴리오로 「걸어서 거제 한바퀴」라는 목판형 글씨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삶의 터전을 배우며 나를 찾는 사람들의 모임 좋은 벗」에서 보내왔는데 서문만 읽어도 이 단체의 정체성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직접 우리의 눈과 귀, 발과 손으로 거제의 역사와 자연, 사람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거제를 우리의 발로 걸어서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비록 느리지만 우리 모두의 터전인 거제가 어떤 곳이며…」

거제에 이런 멋진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없었고, 마음 같아서는 바로 전화해서 함께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

슬로라이프(slow life)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가면서 「느림」이라는 키워드는 삶의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고 있다. 1999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에서 시작된 슬로시티(Slow city) 역시 소박하고 느긋한 여유 속에 행복찾기일 것이다.

슬로라이프의 가장 기본적인 소재중 하나가 「걷기」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부드러운 흙길의 감촉을 몸으로 느끼며 느리게 걸어 보는 매력을 「걸어서 거제 한바퀴」에 참여하고 있는 조금실 회원이 잘 말해주고 있다. 「걷기를 하면서 내 자신이 자연과 이렇게 공감할 수 있구나 하는 것에 놀라고 감사한다.」고.

걷기 운동은 산책하듯 느긋하게 걷는 것보다 약간 서두르듯 빠른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걷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좀 빠른 걸음이란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걸어가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별한 기구가 없이 가장 비용이 저렴한 운동이지만 꾸준히 하면 다리와 허리의 근력이 증대되고 뼈의 밀도가 유지된다. 호흡기능이 좋아져 산소 섭취량도 증가하므로 심장이나 폐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고지혈증이나 비만,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질환의 개선 효과도 있다니 이처럼 좋은 운동이 있을 수 없다.

올봄 식목일에 부산일보사가 주최한 「삼포걷기」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출발하여 미포→달맞이길→청사포→구덕포→송정역까지 약 8㎞였는데 천혜의 자연에 대한 탄성이 절로 나오는 명품길이었다.

각 지역마다 걷기여행이 유행처럼 번져나고 있다. 제주말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길이 2007년 9월 제1코스를 개통한 이후 지금까지 13코스가 만들어졌다. 이제는 여행사의 관광 상품으로 내 놓을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있다.

지방마다 걷기대회를 하지 않는 곳이 없고, 막대한 예산을 걷는 길을 개발하고 있다. 지리산을 에둘러가는 지리산길, 소백산 둘레길, 하이원 하늘길, 무려 10억을 투자한 괴산의 산막이 가는 옛길, 영주의 죽령 옛길 등 친근한 길 이름까지 지어 사람들을 부른다. 가까운 진주에서도 2010년까지 걷고 싶은 길 10선을 선정하고 명품 산책길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9월 11일 「2009 생명사랑 밤길걷기, 해질녘서 동틀 때까지」 행사를 계획하고 있고, 진해시 보건소는 걷기운동의 확산을 위해 이번 9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 오후 8시에 청안 체육공원에서 「해질녘 동네 한바퀴 걷기」캠페인을 실시한다.

이렇듯 걷기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 거제는 마땅히 걸을 길이 없다. 길 좀 만들자고 하면 조선소로 인해 갑자기 발전한 도시라 기반시설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핑계를 댈게 뻔하다.

연초면 죽토 야부에서 다지기재를 넘어 옥포로 가는 옛길이라든지, 하청에서 도천골을 거쳐 장목으로 가는 산길 등 잘 살펴 복원하면 걸을만한 길이 많을 것이다.

지난 8월28일 이행규 의원이 시정에 대한 서면 질의에서 대금산과 앵산을 잇는 등산로 개설을 역설했는데 그 또한 참으로 시의적절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과 문화를 아우르며 산과 마을을 걸으며 자유와 쉼을 익히는 「걸어서 거제 한바퀴」 모임에도 손뼉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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