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릇 한 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세 단계의 과정이 필요한 것같다. 첫 단계가 독립과 건국이며 다음이 성장과 산업화 그리고 그 다음이 민주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치하로부터 독립해야 했고 그리하여 건국의 초석을 마련해야 했다. 건국이 되었더라도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나라로서는 산업화가 이룩되어 경제성장이 없다면 곤란하다. 또한 나라가 있고 먹을 것만 충분하다고 선진국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중동 나라들처럼 GDP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에게 합리적으로 분배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나라와 사회의 투명성(透明性)이 보장되는 민주제도가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는 이 세 단계를 넘겼으며 그 때마다 그에 합당한 지도자가 있었다. 역사에 대한 평가에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는 건국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었고 산업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었으며 민주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들 세 사람은 훌륭한 지도자들이었고 나름대로 그들의 사명을 완수했다고 본다. 물론 그들을 필요로 하는 역사적인 단계가 지나 그 지도력의 사명이 끝나면 유효기간이 지남으로써 그들은 역사 속에 묻혀서 역사의 버팀목이 되어야지 그들이 장기집권을 꾀할 때는 권력의 독재화로 변하여 나라는 어지럽게 되는 것이다.
건국의 기둥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그는 이 나라의 근대화를 위해 국내에서 옥살이를 했고 독립을 위해서는 해외에서 임시정부수립, 그리고 고난의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그리하여 이 나라를 독립시켰다.
독립이 강대국에 의하여 일본이 패망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라고 하는 측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3·1운동도 있었고 망명정부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기 때문이지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것이다.
비록 강대국에 의하여 독립되었다 치더라도 우리의 진정한 건국은 6·25 한국전쟁을 극복함으로써 비록 반 토막의 나라이지만 비로소 미국과 소련의 외세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국가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때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적은 역사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허나 애석하게도 독립과 건국의 기틀을 마련한 후 그의 지도력은 폐기처분 되어야 할 정도로 유효기간이 지났는데도 더 강력한 장기집권을 꾀하려다 3·15 부정선거로 4·19 민주학생운동에 의하여 그의 공적은 오염되어 땅에 파묻히고 만 것이다.
산업화로 성장의 기반을 구축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6·25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찢어지게 가난한 이 나라를 산업화시키기 위해 분골쇄신 노력한 결과 드디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여 이제 당당히 세계의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여 선진국 문턱에 다다르게 한 공적은 결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도 산업화와 성장을 위한 그의 지도력의 유효기간이 지났음에도 유신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과욕에서 비명에 갔고 독재자라는 이름만 덩그러니 남은 것이 아닐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나라에 민주주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험난한 생을 보내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납치되어 수장(水葬)의 고비도 넘기고 수 차례 사형선고의 고통도 극복하면서 드디어 수평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비로소 이 나라에 참다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이 세분의 거목은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추었다. 아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 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역사의 발판을 굳건히 받치고 있는 세 버팀목이 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퇴임 후 생존해 있을 때는 우리의 현대사가 두 발로만 버티고 있어 불안정했는지 모르나 이제는 그도 역사 속의 세 번째 버팀목이 되어 우리의 역사를 안정되게 떠받치고 있어 우리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세 거목이 우리의 역사를 떠받드는 것만으로 바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국민의 몫이다. 더 이상 특출한 지도자에 기댈 수는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 선진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의 최빈국에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한 세계 최초의 유일한 나라라는 긍지를 가지고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나라’ 선진 한국 건설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