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보는 정치
가을로 보는 정치
  • 거제신문
  • 승인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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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푸르다. 그늘에라도 앉아 있을 양이면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임을 실감나게 한다.
이 가을의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은 작년에도 또 재작년에도 그러했다.

올해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하여 노무현, 김대중 등 두 전직대통령 등 영향력있는 사회적 저명인사를 떠나보낸 해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조문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고, 검은 상복을 입은 수많은 정치인들도 그 주검앞에 머리를 숙이고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겸허히 국민을 받들고, 국민을 위해 일하며,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이 우리가 이 시대에 성취해야할 역사적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실을 보라! 어제의 그 다짐은 오늘 또다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신조가 되고 있지 아니한가! 고인들의 유지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는데 이미 그들은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고, 국민의 뜻을 왜곡하는데도 노련한 전문가이다.

그래서 상대를 공격하는데 호전적이고, 다시 고거로 회귀하려는 조짐이 벌써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은 어떤 정부를 선택했던지 그 선택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언제나 문제는 문제로 남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그 문제에 다소 둔감해지는 환경이 조성되었을 뿐이라는 것도 안다. 오늘 야당이 되어 여당을 공격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꺼내 든다고 해도 그 야당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이 없다는 것도 알고, 집권당이라고 해서 그야말로 산적해 있는 경제문제를 해결해서 우리를 속시원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나, 또는 잡은 정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 동원되는 모든 언어의 유희를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보아왔다.

그래서 실망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러한데 정작 정치를 하는 분들이 자기들만이 옳고, 자기들의 정치집단만이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떠들며, 행동할 때 국민들은 서글퍼진다.

어느 정치인이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돌을 쪼고 있는 석공을 만났다. 정치인은 석공에게 묻는다. ‘무얼 하시오?’라고, 석공은 이렇게 말한다. ‘후대에 남을 작품을 만든다’고.

그러자 다시 정치인이 석공에게 묻는다. ‘나도 후대에 역사에 남을 정치인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그러자 석공이 대답한다.’ 당신도 나처럼 이렇게 쪼그리고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일하다 보면 후대에 남을 업적을 만들 수 있다.‘고.

내가 낮아지면 남이 커 보이는 법이다. 내 목소리가 작으면, 남의 말이 더욱 크게 들리는 법이다. 그러나 내가 높아지면 남이 작아 보이고, 내 목소리가 커지면 남의 말은 작고 하찮게 들린다.

중앙의 정치나 지방의 정치 모두를 막론하고 이렇게 낮아지는 정치인이 없으면 역사에 남을 일들을 할 수가 없다. 정치를 하려는 분들이 내거는 명분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된다 하더라도 개인의 명예나 욕망을 비켜가지 않는다.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누가 정치를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안다.

그것을 정치인만 모르는가?! 아마도 알 것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지배의 대상이었던 국민이 자기들과 같아진다는 것에 대한 불쾌감과 불안감이 무언가 특별한 생각과 행동이 아니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럴 수 있으리라.

이 가을이 원래 그러하듯 정치도 원래 그런 것이다. 그것을 하늘인 국민은 안다는 것이다. 가을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따가운 햇살을 마주 할 수 있어서 좋고, 생각이 영글어 가는 것 같아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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