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爆彈酒)
폭탄주(爆彈酒)
  • 거제신문
  • 승인 2009.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맥주를 따른 잔 위에 젓가락을 걸치고 양주잔을 올린 뒤 거수경례를 하면서 「충성!」을 외치고 나서 머리로 술상바닥을 찧으면 그 진동으로 양주잔이 차례로 맥주잔 속으로 떨어지는 폭탄주를 「충성주」 또는 「박치기주」「마빡주」라 한다.

이와 비슷한 「태권도주(跆拳道酒)」는 충성주와 같은 방법이지만 머리로 술상 바닥을 찧는 게 아니라 손날치기로 젓가락을 쳐서 양주잔을 빠뜨리는 기술이고, 발로 차는 것은 「월드컵주」라 한다.

술자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회오리주」다. 맥주와 양주를 섞은 후 냅킨으로 컵을 막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잔을 돌리면 원심력에 의해 맥주잔에 신비로운 회오리 문양이 생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폭탄주 기술자는 이 냅킨을 날려 벽에 붙이는 달인도 있다. 이 회오리주에 얼음 한 조각을 띄우면 조명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는 여성전용 「다이아몬드주」가 된다.

최근에는 영화 「해운대」가 히트하면서 「쓰나미주」라는 게 있다. 잔에 맥주를 붓고 빈 소주잔을 띄운 뒤, 소주잔에 소주를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채워 쇠젓가락으로 맥주잔을 두드리면 맥주 거품이 올라와 소주잔을 가라앉히면 성공인데 마치 쓰나미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샌드위치주, T-팬티주, 드라큐라주, 티코주, 금테주, 소폭주, 수소폭탄주, 골프주 등 제조방식에 따라 폭탄주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어떤 할 일없는 술꾼이 조사해 보니까 40여 종이 넘는단다.

폭탄주는 한국인의 발명품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1900년 대 서양의 탄광, 부두. 벌목장, 철강공장 등에서 일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빨리 취하기 위해 보드카에 맥주를 섞은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끓게 하는 술)」라는 폭탄주를 시초로 보고 있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위한 「절주 조례안」이 거제시의회를 통과했다. 폭탄주 마시는 것이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부끄러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san1090@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