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15세 대상의 2003년 OECD 국제학업성취도조사(PISA) 결과 핀란드 학생은 조사기간 하루 평균 4시간 22분 공부했지만 수학과목의 경우 점수는 544점으로 8시간 55분 공부한 우리나라 학생보다 2점 높았다. 우리 나라 학생들이 무려 2배의 시간을 넘게 공부했는데도 불구하고 핀란드 학생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핀란드 보다 더 많은 시험을 치고 더 많이 공부하는데 성적은 좋지 않을까? 위 통계는 결국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공부를 더 많이 시킬수록 오히려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보건복지부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발표한 '아동ㆍ청소년의 생활패턴에 관한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수면시간은 7시간30분으로 미국(8시간37분), 영국(8시간36분), 독일(8시간6분), 스웨덴(8시간26분), 핀란드(8시간31분)보다 짧았으며 운동시간도 하루 13분으로 미국(37분), 독일(24분), 스웨덴(26분), 핀란드(22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은 "기업들이 채용방식을 다양한 체험과 의사소통 능력, 대인관계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대학입학 제도도 성적 중심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우리나라 아동ㆍ청소년들이 학업뿐 아니라 사회참여, 자원봉사활동, 운동시간을 늘리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생들을 모아 놓고 천편일률적인 시험을 쳐서 서열을 가리는 것보다는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키워주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다양한 일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사람, 식당을 하는 사람, 청소를 하는 사람, 법을 만드는 사람, 아픈 곳을 고쳐주는 사람 등등의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혼자 힘만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성적 또한 하나의 기준일 뿐이다. 오로지 성적 만능주의에 빠져 성적이라는 잣대로 전부를 평가하는 일제고사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시험을 치르려는 교육 당국이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성적 부진아를 찾아서 성적을 향상 시키고 침체된 교육사회를 자극하여 더 책임감 있는 학교 풍토를 조성한다는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건전한 학교풍토를 조성하는 방법이 일제고사 이어야 한다는 발상은 잘못된 길이다. 교육을 단순히 경제 논리로 경쟁시켜서 발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육은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본인이 원치 않으면 그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은 다양한 관심에 대한 칭찬과 격려, 아낌없는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지 시험을 봐서 경쟁을 시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일제고사가 아니더라도 이미 중간, 기말고사를 통하여 우리는 충분히 학생들의 성적을 점검할 수 있으며 교사는 그 결과를 통하여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
진정한 교육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고, 교사들의 다양한 연수 기회를 확대시키고, 우수한 교육 자료를 개발하는 등의 투자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마련하는 것을 교육의 우선으로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통하여 아이들과 교사와 학교를 평가하는 시험 만능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앞서 나타난 통계 자료처럼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꼴이다. 더 많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성적이 좋지 않다면 그 시험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천천히 스스로의 앎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일제고사를 재고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신장시키고 신명나게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시험 만능주의에 빠져 오로지 성적만을 서열화하는 풍토는 결국 소수의 성적 상위자를 위할 뿐이며, 경쟁을 가속화시켜 사교육시장의 확대를 부추기며 극빈층 자녀들에게 위화감을 가중시킬 것이다.
시험과 교과 내용은 최소한을 기준으로 해야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남는 시간은 다양한 봉사활동과 놀이를 통하여 건전한 인격을 형성하고 다양한 창의적 능력을 개발하는데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