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벌레 한 마리가 나방이 되어 나오는 것을 관찰하는 한 여자 분이 계셨습니다. 누에고치에 조그마한 구멍이 나더니 나방이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온갖 몸부림을 칩니다. 더듬이가 하나 나오더니 날갯죽지가 조금씩 비집고 나오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가는데도 나방은 그 구멍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관찰하던 여자 분이 저러다 죽겠다 싶었습니다.
가위를 가져다가 조그마한 구멍을 싹둑 잘라서 큰 구멍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 나방이 고개를 숙이더니 고개를 내밀고 비집고 어렵지 않게 통과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뭔가 좋은 일을 했다는 마음에 뿌듯하게 나방을 바라봅니다. 이제 곧 훨훨 날아오르겠지... 기대하고 바라보는데 이 나비가 날아오르지 못합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몸집은 크고 날개는 작아서 뒤뚱 뒤뚱 거리며 뒹구는 날지 못하는 나비가 되어버렸더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나비는 아주 작은 누에고치의 구멍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몸집이 작고 단단하게 되고 날개가 성장해야 하는데, 자신이 가위로 뚫어준 큰 구멍으로 나오면서 온전하게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통은 인생을 성장하게 하는 학교입니다. 고통과 연단을 통해 불완전한 인생은 성숙하고 성장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달콤하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시인 도종환 님은 거친 풍파와 고난을 통해 꽃피우고 열매 맺는 인생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그렇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습니다. 여름날 인내의 시간없이 맺어지는 열매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숙한 신앙인들은 고난 중에 인내를 배워야 합니다. 인내를 통해 내적 성숙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입니다. 가을의 열매가 달콤한 이유는 그것들이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과 폭우를 견디어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가을에 인내의 위대함인 결실을 겸손히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인 문태준 님이 <혹여 가을 초입에 선 사람의 가냘픈 몸을 보게 된다면 그 몸에 당신의 손을 가만히 얹을 일입니다> 말했던 그 마음을 간직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