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로워 보이면서도 무언가 비밀과 반전을 담고 있을 듯한 ‘마법의 도서관’이란 제목에 이끌려 근처에 있는 많은 책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 책을 골랐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접하는 형식의 글이었으며, 내게 새로운 호기심을 만들어 줌과 동시에 그 호기심을 채울 방도를 함께 준 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설레이는 마음을 다잡으며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사촌남매간인 ‘닐스’와 ‘베리트’가 편지 책을 주고받으며 시작된다. 닐스와 제리트는 가득히 쌓여있는 책들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자신들의 편지 책을 사는데 이유 없이 돈을 보태주는 의문의 여자 ‘비비 보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편지 책을 주고받는다.
처음에는 비비 보켄의 정체에 대해 자신들 나름대로 추리를 하여 갖가지 가설을 세우며 편지를 주고 받는데, 어느 날 베리트가 비비 보켄을 미행하여 얻은 수수께끼로 가득한 편지 한 통을 계기로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면서 본격적인 추리소설로 변모한다.
물론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편지에 나타나는 그들의 추리 내용은 거의 상상이나 다름없기에 추리소설보다는 픽션에 가까울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편지 책을 주고받으면서 베리트와 닐스가 알고자 하는 것은 아무 때나 나타나는 기분 나쁜 여자 비비 보켄의 정체와 편지에서 언급된 마법의 도서관 존재 유무, 자신들을 쫓아다니면서 편지 책을 노리는 수상한 남자 스마일리의 정체이다.
나 또한 그것들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리고 결국 드러나는 비비 보켄과 스마일리의 정체, 실존하는 마법의 도서관! 이 모든 것들이 나를 흥분케 했으며, 책장을 넘기는 내 손을 재촉했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다달았을 때 쯤 나는 이 책에, 이 책의 저자인 ‘요슈타인 가아더’에게 실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뒷장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내가 예상했던 흔하디흔한 결말 따위가 아닌,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반전! 바로 그것이었다.
마법의 도서관은 실제로 존재하며, 닐스와 베리트가 편지 책을 주고받은 것부터 비비 보켄의 수상한 행동들과 의문의 편지까지! 그 모두가 비비 보켄이 그들의 편지 책을 내년 책의 해에 출판하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였다는 것! 모든 사실을 안 닐스와 베리트는 편지 책을 출판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물론 출판을 반대하는 스마일리의 방해가 있었지만 재치있게 위기를 모면하고 결국 책을 출판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솔직히 약간의 오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정도 반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흥미진진한 탐정 이야기로 풀어간 작가의 역량이라면 경의를 표한다는 말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타난 아이들, 즉 닐스와 베리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작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그들이 쓴 편지는 훨씬 유쾌하고 신선했으며,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책에 대한 책을 위한 소설’이 책은 그야말로 책에 대한 예찬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여 이 책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을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딱 한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며, 그 아이들의 여러 가지 행동을 통해 저자는 청소년이 독서를 좋아하게 만드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독서가 좋아졌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나는 오랜만에 정말 유쾌하게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어 만족했으며, 내 인생의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몇 시간을 기꺼이 바쳐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책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이 책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 책을 경험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