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테스를 죽게 했나
누가 테스를 죽게 했나
  • 거제신문
  • 승인 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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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우수] 박미리 혜성중학교 3학년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너무나도 예쁜 여자가 서 있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검은 머리에 오똑한 콧날과 귀여운 입술. 그리고 오만한 듯 하지만 순수해 보이는 얼굴은 결국 나를 하루하는 시간 전부를 테스와 함께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저 예쁘장한 아가씨의 순수한 연애소설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이내 깨어져 버리고, 테스와 함께 한 시련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느낌이다.

모든 일들은 가난하게 살아가던 테스의 가족이 명문가의 후손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말을 듣고 우쭐해져 술에 취한 부모님 대신 마차를 몰다 사고가 난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책감과 부모님의 압력으로 일가라는 더버빌가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진짜 더버빌가는 그녀의 친척이 아니었고, 결국은 그 집의 아들인 알렉 더버빌의 흑심으로 순결을 빼앗기고 만다.

상대방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는 알렉의 태도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그 일이 있은 후에 테스는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낳지만 결국은 그 아이까지 죽는다.

그 후 그녀는 남부의 목장으로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목사의 아들인 에인절을 만나게 되는데 자신이 순결하지 못한 사실 때문에 피하려 하지만 결국 둘은 사랑하고 에인절의 청혼을 수락한다.

너무나도 예쁜 것이 죄라면 죄인 그녀에게 순결과 자식을 잃게까지 한 시련은 이제 끝이 나는 줄만 알았다. 에인절은 알렉과는 달리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식 전날 자신의 과거를 담은 편지를 그에게 보냈고, 나는 당연히 에인절은 이해해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를 알게 되고 에인절은 태도가 180도 바뀌어버리고 결국은 테스 곁은 떠나게 된다. 에인절도 그러한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순결만 강요하는 그 시대의 사회상이 너무나도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도 에인절은 누구보다도 테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보였기에 갑작스런 그의 변화가 정말 당황스러웠다. 에인절을 보며 인간은 결국 인간 자신들이 만든 사회와 인습 속에 갇혀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에인절이 떠난 뒤 테스는 우연히 알렉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에인절이 모든 것을 용서하려 돌아오지만 그 때는 이미 알렉과 함께 살고 있는 후였다.

참담한 심정으로 테스는 자신을 이렇게까지 만든 알렉을 죽이고 에인절을 따라간다. 둘은 다시 사랑을 확인하지만 결국 테스는 사형 당하고 만다.

살인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지만 너무나도 비참한 인생을 살아온 테스이기에 나쁘다고 생각되기 전에는 오히려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 막 진정 행복이란 걸 알아가는 그녀에게 조금만, 조금만이라도 더 에인절과 함꼐 하기를. 그리고 잡히지 않길 바랬다고 말하는 것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테스의 인생은 정말 우연과 우연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다. 아버지가 자신의 가문이 한때 귀족이었다는 것을 듣지 않았더라면, 마차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알렉을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테스가 자신의 과거를 결혼 전에 에인절에게 고백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또다시 알렉을 만나지 않고 에인절이 조금만 일찍 찾아왔더라면 테스는 과연 행복할 수 있었을까?

보수적인 편견과 인습도 테스를 괴롭혔지만 이 모든 것의 시초는 운명의 장난 때문이 아닌가 한다. 테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늘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자 노력했고 에인절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고자 고백했던 솔직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와 노력 무엇도 자신의 운명은 결코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게만 다가온다. 그저 운명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닌 노력한 테스였기에 내가 더 테스의 입장에서 서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 모든 비극을 초래한 것은 알렉이지만 사실 알렉보다도 에인절이 테스에게 큰 상처는 아니었을까 한다. 테스를 동정하고 있는 나로서는 결국 테스가 진정 사랑하는 에인절과 잘되길 바랄 수 밖에 없는 느낌이지만 한편으로는 알렉의 입장에서 보면 알렉의 죽음도 가엾게 여겨진다.

최소한 그는 조금이라도 그의 과거를 반성했고 또 다시 만났을 때, 테스에게 잘해준 것은 사실이지 않는가? 그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그가 꼭 테스의 손에 죽임을 당해야만 되는 것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테스의 편에 서서 보자니 테스 주위의 남자들이 너무 밉지만 운명과 인습을 거역하기엔 나무 약한 인간이기에 그들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울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어느 누가 옳고, 어느 누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보수적인 편견과 인습 그리고 운명”이 비극의 시작이자 끝인 것이다.

19세기에나 있을 법한 인습과 편견들은 다른 형태로 남아 아직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멀리 나아갈 것도 없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경상도와 전라도라는 지역감정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지 않으냔 말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사회 제도와 인습 속에서 결국은 우리가 마음 상하고 다치는 그런 상황만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테스가 살고 있는 그 당시의 영국 사회이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이든 과거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듯 잘못된 사회제도와 인습들이 다시 고쳐지지 않는 한,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이 어떨지라도 그것을 뛰어넘지 않는 한 어쩌면 이런 비극들은 계속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노력은 들꽃처럼 피어나고 있으며 조그마한 변화이지만 또 다시 우리는 새로운 우리 사회를 만들 것이고 또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테스는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이것이 내가 유일하게 어떤 경우리든 테스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 행복을 찾아가려 하기만 하면 또 다시 이어지는 비극에 마음을 졸여가며 읽었다.

테스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한때는 에인절과 알렉의 처지를 느껴보기도 했다.
난 그저 짧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머리 복잡하고 생각해야만 하는 그런 종류의 책들은 읽기 싫어했다 그런 나에게 토머스 하디의 “테스”는 더 폭넓은 독서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싶다. 더 많이 생각해보고 그 문제에 대하여 더 접근해보며 고민하는 것은 또 하나의 책의 묘미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테스를 통해 가슴속으로도 머릿속으로도 많은 것을 얻은 기분이다. 테스는 어느 누구보다도 순결한 여인이라 생각된다. 알렉에게 비록 자신의 몸을 빼앗겼을 지라도 그녀는 누구보다도 순결했다. 이 세상이 순결하지 못했을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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