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배불뚝이 의사
마음을 치료하는 배불뚝이 의사
  • 거제신문
  • 승인 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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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우수]구소영/거제중학교 3학년

'공중그네'를 읽고

공무원인 삼촌은 오랜만에 만난 조카인 나에게 뜻밖의 선물을 주셨다.

내가 가장 바라는 용돈이나 하다못해 도서 상품권을 주셨더라면 덜 서운 하였을 텐데 뜬금없이 책을 한 권 던져 주신 것이다.

그래도 예의를 다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가방에 책을 쑤셔 넣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시험 기간의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어 문득 책꽂이를 바라보다가 빨간 책 표지에 우스꽝스런 그림이 그려져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기대 밖의 횡재’라고나 할까? 한번 손에 쥔 책은 놓아지지가 않았다. 유머가 가득하면서 소재가 독특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한 여러 주인공들을 내세워 인간은 결국 약할 수 없는 존재이며 그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임을 작가는 배불뚝이 의사 이라부를 통해서 보여 준다.

이 책은 네 개의 작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진다. 주인공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며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독특한 직업의 소유자다.

각자 말로 발설할 수 없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고민하다가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를 찾게 되는데 이 의사야말로 가장 독특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좋은 집안의 명문대 출신의 의사이면서 후줄근하고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으며 의학 서적에는 없는 국적 불명의 치료법을 사용한다.

또한 마유미라는 간호사와 늘 함께 있는데 그녀는 병원에서 담배를 피워대고 툭하면 주사를 놓으며 간호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짧은 치마를 입고 환자를 대하여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야쿠자 세이지는 조직의 중간급 보스인데 어느날부턴가 뽀족한 것이 두려워져서 이쑤시게로 이도 쑤실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보스가 혈서를 요구할 떄 칼을 쓸 수가 없었던 그는 궁여지책으로 손가락을 물어뜯어 혈서를 쓰게 되고 오히려 보스는 세이지의 충심에 감동을 한다.

선단 공포증을 이기지 못한 세이지가 이라부의 병원을 찾자 이라부는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세이지의 아픈 곳을 ‘고슴도치’라는 말로 꼬집어 낸다. 뾰족한 가시로 항상 남을 위협해야 살 수 있는 고슴도치......

그래서 어느 날부터 뾰족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고...... 자기의 문제점을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세이지는 자신의 병을 이겨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른 야쿠자에게 연민까지 느끼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상대편의 조직원에게 연민을 느끼는 야쿠자는 더 이상 야쿠자가 아닐 것이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세이지는 곧 야쿠자 생활을 청산하고 정상인의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공중 그네를 타기만 하면 실패하는 베테랑 곡예사가 나오는데 이라부는 함께 공중 그네를 타면서 환자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권위로 똘똘 뭉친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 하는 의사 다쓰로의 이야기나 나오는데, 결국 벗기고 싶었던 것은 장인의 가발이 아니라 상류층 사람들의 허세가 아니었을까?

또 야구선수인 반도는 자신의 라이벌이 되는 후배 선수에게 공을 던지지 못해서 팀에서 치료를 권유 받으나, 이라부와 함께 야구 연습을 하게 되면서 동료애와 함께 후배 선수에게도 마음을 열게 되고 스스로의 병이 치유됨을 느낀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작가인 아이코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애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올라서게 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회의를 느끼게 된다.

결국 이라부의 이해할 수 없었던 치료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게 된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모두들 세상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주인공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얻게 되고 결국 배불뚝이 의사 이라부를 통해서 마음의 병을 고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라부가 사람들을 치유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순진무구함’이라는 무기를 가진 이라부의 마음의 힘이 아닐까? 그는 환자에게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다. 야쿠자를 욕하지도, 후배를 질투하는 야구 선수에게 나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맑은 두 눈을 꿈쩍이며 환자의 생활 한가운데로 밀고 들어가서 함께 느끼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즐거워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마음의 문제를 깨닫고 극복하기를 천진난만하게 기다린다.

이 책의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는 이라부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다. 사람은 모두 약점이 있으며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또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때로는 머리의 지식보다 마음의 소리가 중요하다고.....

늘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 우리 엄마에게, 늘 강한 모습을 보이시려고 하시는 우리 아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엄마, 아빠, 가끔은 우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셔도 되요. 그리고 때로는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사셔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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