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 거제신문
  • 승인 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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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우수]신민정/옥포고등학교 1학년

'상실의 시대'를 읽고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 맞이하는 여름 방학이지만 엄마가 공부하라는 닦달에 집에서 빈둥거리가 힘들었다.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고 딱히 할 것도 없었던 나는 제목이 익숙한 이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영화나 광고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책이었으나 책의 내용은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노벨상 작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랑 이야기지만 흔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성장 이야기지만 흔한 성장 이야기가 아닌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독특한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이야기해 나간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평범한 모습으로 평범하게 공부하고 평범한 대학교에 들어가서 ‘태엽 감듯이’ 매일을 똑같이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때의 친한 친구 기즈키의 연인이었던 나오코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의 애인이자 친구였던 기즈키는 돌연한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고 이후로 둘은 만난 적이 없었다. 무심한 듯 세상을 살았으나  두 사람은 마음 속 깊은 곳에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친한 친구의 죽음이고, 또 생을 같이 했던 연인의 ‘죽음’이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본질적으로 철저히 개인적인 사람이다.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으며 자기와 타인을 언제나 떼어놓고 생각할 줄 아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왠만하면 화도 내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그에게는 친구도 거의 없다.  학창 시절의 사람들도 그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비슷한 부류는 서로 알아 본다고나 할까?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독특한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남의 아픔에는 무심하다 모두를 끌어들이는 천재 나가사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나오코, 그리고 독특한 가족사의 미도리와, 정신병원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등등..

그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고 또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그 방법들은 모두가 다르다. 어떤 이는 죽음으로 마무리 하지만 어떤 이는 세상을 살아간다. 이 책에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죽음이 멋들어지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뜬금없이 죽음이 찾아와 당황스럽기까지 한다. 마치 우리의 삶 속에 늘 숨어있었던 것처럼...... 죽음은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고 그리고 슬픔은 각자의 생에 깊게 여운을 남기지만 또 극복하고자 노력되어진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극복되어진다면 우리는 이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와타나베처럼......

와타나베는 친구의 자살 사건 이후로 철저히 주위에 무심하게 살아간다. 친구의 연인을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나오코는 정신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는 전 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그리고 와타나베는 슬픔을 뒤로 한 채 미도리와의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첫 발을 디디게 된다.
와타나베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것은 소년기의 평온한 삶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과 마주하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미도리와의 관계 회복을 바라는 것은 와타나베가 세상으로 나오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그래서 상실의 시대는 성장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내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위 정인들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오는 사람들 모두 실제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인물들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살면서 부딪치는 어려운 문제는 모두 극복이 되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힘들더라도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부로 힘든 내 친구 민선이에게도 말해 주어야겠다. 살면서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극복하여 갈 때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는 거라고,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밤새워 함께 이야기 하여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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