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천사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천사
  • 거제신문
  • 승인 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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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부 우수] 이예경

‘듀이’를 읽고

고독과 그리움, 외로움, 무관심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도 그 빈자리를 채우고자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배우자나 친구, 가족과 같은 사람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동ㆍ식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소위 ‘반려자’ 또는 ‘반려동물’ 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들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 위로가 되고 즐거움이 된다.

사람에게 있어서는 배우자가 죽고 난 다음에도 그를 잊지 못하여 탑을 쌓으며 넋을 기린다든지 묘를 하루라도 빠지지 않고 지킨다든지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동물에 대한 이야기라 하겠다. 대부분 주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인해 사회에 알려지는 이야기들이지만, 말 못하는 동물이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신기함과 경외감에서 오는 거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로는 일본의 ‘하치이야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기차역 앞에서 주인이 죽은 줄도 모른 채 한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개 하치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것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에게 감동을 받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소설로 쓰인 것이다. 허나 지금 말하려는 ‘듀이’의 경우는 다르다.

듀이는 주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지쳐있는 마을사람, 심지어는 전 세계에 자신을 알고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사랑을 주었다.

듀이는 병마와 싸우고 좋지 않은 가족사로 인해 많이 힘들고 지친 도서관 사서 비키 바이런에게, 경제대공황의 시련으로 막막해진 마을사람들에게 내려온 천사 같은 고양이었다.

슬픈 일은 겪은 사람의 손만 조용히 잡아줘도 그의 슬픔은 반으로 줄어버린다는 말이 있던가. 마찬가지로 비록 말을 하는 사람들의 무릎에 올라가 눈을 마주치고 잠시 잠을 청하는 것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위로와 애정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항상 같은 사람에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꿔가며 이와 같은 행동을 한다. 이는 도서관을 찾아오는 이들 중에 자신의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찾아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삶이 무의미 해진 사람들에게 자신도 관심을 받고 있으며, 특별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또 노인들, 신체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등 사회에 냉대를 받던 이들에게도 조용히 가서 따뜻함을 전해주고 용기를 가져다준다.

모두 마법에 걸린 것처럼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웃으며 돌아가고, 책만 빌리기 위해 왔던 이들도 듀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또는 듀이에게 인사 한 마디 하기 위해 발걸음을 자주하게 된다. 

이것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게 되면서 듀이의 사랑은 멀리까지 뻗어나가게 된다. 힘들고 지쳐있고 차갑던 도서관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천사 고양이로 인해 재정적인 어려움도 극복하는 등 마음이 따뜻해지고 활기 넘치는 도서관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도 실패로 돌아가는 일들이 많은데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미물로 알았던 동물이 이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든 것이다.

그것도 한 순간의 변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듀이가 죽은 후까지도 계속적으로 유지된다니 놀라움이 따를 뿐이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이 듀이가 아닌 다른 동물이었다면 이와 같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평범한 다른 동물들처럼 주인에게만 사랑을 주거나 받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경계의 태세를 갖출 것이다. 그러면 삭막했던 도시와 사람들의 마음은 풀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은 채 더 악화 되었을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하늘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은 고양이 ‘듀이’였다.

옛말에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듀이를 통해서 이 말을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된다.

사람이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일은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일이 흔하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듀이의 행동과 살아온 일생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었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힘을 가진 존재였다.

요즘 무엇을 해도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나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기적과도 같은 사랑을 보여준 듀이. 언젠가 나에게 미국에 가데 될 기회가 온 다면 꼭 가야할 여행지 중에 한 곳이 아이오와 스펜서 마을의 도서관이 아닐까.

그곳에서 듀이의 자취를 느끼며 기적을 몸소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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