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삶의 터전인 거제를, 우리의 발로 걸으며, 눈과 귀와 코와 손으로,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 시작한 우리의 걸음이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매주 모여 거제의 해안길, 내륙길, 섬과 산을 걷기로 한 우리의 약속을 우리는 단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21번의 순례를 갖고 거제의 해안길과 섬을 돌았습니다. 옥포에서 시작한 우리의 발걸음은 지세포 와현 학동 여차 저구 율포 거제 둔덕을 거쳐 거제대교를 지났으며, 청곡과 청포, 사곡을 지나 지난주에는 고현시내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지심도 산달도 가조도를 순례했으며, 행정구역으로는 통영이지만 거제땅이었던 소매물도도 다녀왔습니다.
이제 겨울입니다. 산의 생명들은 자신의 옷을 벗고 겨울을 준비합니다. 세찬 바람을 잘 견디기 위해 자신의 몸을 버리고 있습니다.
몸을 버린 사이로 바다가 섬이 더 잘 보입니다. 푸른 잎으로 덮여 있던 산이 몸을 가볍게 하자 우리에게는 더 멀리, 더 넓은 시야(視野)가 생겼습니다. 이제 산을 오르려 합니다.
거제의 모든 산을 오르고 싶지만 400m가 넘는 산을 골라 우선 오르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몇 곳을 더해 오를 것입니다. 망산과 왕조산을 오를 것이며, 고려 의종의 삶의 자취가 남아 있는 폐왕성도 다녀 올 것입니다.
겨울에 산을 오르려고 한 것은 우리의 소박한 욕심 때문입니다. 산의 생명들이 떨구어 낸 그 속살 사이로 멀리 있는 섬과 바다가 더 가까이 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산을 오르며,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것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 역사의 자취도 느낄 것입니다. 거기에는 민족 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봉수대가 있을 것이며, 팔만대장경 경판의 재료로 사용했던 나무들도 만날 것입니다.
거제의 겨울 산이 우리 앞에 놓일 것입니다. 그 산길에서 거제의 자연, 역사,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거제의 산은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 그 시작을 알리던 첫 신호의 역할을 했습니다.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고 힘을 하나로 모으려고 할 때 거제의 산들은 기꺼이 그들의 몸의 일부를 주었습니다. 거제의 산에서 자란 그 나무가 오늘 우리가 만나는 팔만대장경의 경판이었습니다.
11월22일 일요일 계룡산을 시작으로 산과 길의 순례를 시작합니다. 정해진 규칙을 따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세 번은 산 순례를 하고, 한 번은 길 순례를 할 예정입니다. 산 순례는 대부분 일요일 오전부터 진행할 예정이며, 길 순례는 토요일 오후에 할 계획입니다.
거제의 해안길, 내륙길, 산과 섬을 둘러보는 ‘걸어서거제 한 바퀴’는 내년 6월경에 1차 순례를 마칠 예정입니다.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도반들과 여행을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