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은 ‘아들아! 결혼할 때 부모 모시겠다는 여자 택하지 마라.’ 로 시작하였고 중간부분에 내 아들아 내 피눈물 같은 내 아들아!/ 내 행복이 네 행복이 아니라 네 행복이 내 행복이거늘/ 혹여 나 때문에 너희 가정에 해가 되거든 나를 잊어다오./ 그건 어미의 모정이란다./ 너를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어미인데/너의 행복을 위해 무엇인들 아깝겠느냐./ 물론 서운하겠지 힘들겠지 그러나 죽음보다 힘들랴./라는 대목을 읽어가면서 친정어머니, 시어머니를 떠올리니 마음이 아려 왔다.
친정 부모님이 가까이에서 살고 계신다. 필자 나름대로는 지척에 계시니 자주 찾아뵙는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주말에 들렀더니 친정어머니께서 “오늘도 많이 바쁘냐, 덜 바쁘면 나하고 이야기나 좀 하고 가라” 고 하셨다.
자주 찾아뵙기는 했으나 사실은 늘 잠깐 들렀다 오는 것이었고 가게 되는 이유의 반은 “오늘은 들러서 쌀 가져가라, 밭에 상추가 좋다 들러라”라며 전화를 하실 때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함께 간 남편에게 오늘은 엄마와 놀다 갈 테니 집에 먼저 가서 쉬라고 하고 친정엄마와 마주 앉았다.
친정엄마는 그로부터 몇 시간동안 오빠네로 시작하여 나를 제외한 나머지 육남매에 대한 엄마의 염려와 하소연을 털어 놓으셨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들으면 속상해 할 거라고 두 분이 비밀로 하자고 했던 이야기까지 지난 일이라며 털어 놓으셨다.
마지막에는 올케들이나 형제들에게는 절대 옮기지 말라는 당부까지 하셨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니 부모가 되었음에도 부모마음을 얼마나 알고 살았나 싶어 후회와 죄송함이 밀려왔다.
어느 노부부가 너무나 사이가 좋으셨다고 한다. 연로하셔서 할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시자 자식들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석함보다 혼자 남으시게 된 어머니가 너무 걱정되었다고 한다.
“어머니 아버지 안 계셔도 잘 이겨내셔야 합니다. 다음에 아버지 옆으로 꼭모셔 드릴께요” 라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죽어서까지 너희 아버지 옆은 싫다”라고 하셨단다. 어머니 아버지 사이가 그렇게 좋아 보였던 것이 어머니의 인내와 희생에서 핀 꽃이었음을 그때까지 자식들은 몰랐던 것이다.
결혼의 계절이다. 당사자들은 주인공이니 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는 모습으로 행복해 보인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의 일부는 드러내지 않고 나머지 부분은 상대방의 눈이 사랑에 멀어 보이지 않으니 지금 선택하는 배우자가 최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단점도 더 이상 감춰지지 않고 사랑에 멀었던 눈의 시력도 회복되어 ‘도대체 이렇게 명백한 사실이 왜 그때는 안보였을까’ 놀라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면 부모는 자식의 결혼생활에 노심초사 해진다.
자식의 결혼이 너무나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20대와 30대 초반에 자식들이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했으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자식에게 모든 마음을 내어준 어머니 마음을 채워 드릴 세상에서 최고의 선물은 자식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가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장 후회스러웠던 것은 친정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어주지 못하고 엄마를 이해시키려고만 했던 것이라고 했다.
풍성하고 넉넉한 이 가을에 어머니와 마주 앉자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주는 마음의 여유를 한번쯤 가져보시기를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