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하나된 노래 2년만에 잊혀지나
반세기만에 하나된 노래 2년만에 잊혀지나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9.11.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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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섬을 돌아 연연 칠백리…’ '거제의 노래' 누가 불러주나

지난해 1월 향토사연구소 노랫말·악보 재정립 후 시·교육청 홍보 호들갑
CD제작 후 예산부족·무관심 겹쳐 보급·확인 소홀, 일선학교 등 전달 안돼

“섬은 섬을 돌아 연연 칠백리 / 구비구비 스며 배인 충무공에 그 자취…(이하 중략)”

반세기만에 노랫말과 악보가 통일된 ‘거제의 노래’가 사장(死藏)되고 있다.

부르던 사람마다 제각각이었던 ‘거제의 노래’ 가사가 하나로 통일된 지 불과 2년여 만의 일이다.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거제의 노래’는 어느덧 잊혀진 노래가 돼 버렸다.

거제신문의 문제제기(752호·2007년 3월14일자)를 기점으로 거제시가 거제문화원 산하 거제향토사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거제의 노래’ 노랫말과 악보를 재정립한 것은 지난 2008년 1월.

당시 거제시는 ‘거제의 노래’를 CD로 만들어 지역 초·중·고교는 물론 각급 기관단체 등에 나눠주며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제교육청에서도 CD가 제작되는 대로 각 학교에서 ‘거제의 노래’를 가르치도록 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거제시민의 자긍심과 긍지를 갖게 할 방침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교육기관의 계획안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거제시는 2008년 1월 중순께 지역 초·중·고교 학교장 앞으로 거제의 노랫말이 바뀌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제작비 250만원을 투입해 만든 ‘거제의 노래’ CD 150개는 같은 해 12월께 거제시청 실과와 직속기관, 사업소, 교육청, 초·중·고교 등을 비롯한 각급 기관단체에 계획대로 무상 배부됐다. 그러나 각 학교장과 학교측에 보내진 공문과 ‘거제의 노래’ CD의 경우 일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A초등학교의 경우 학교장에게 보내진 공문은 접수됐지만 CD는 전달되지 않았고, B고등학교의 경우 두 가지 모두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문과 CD를 발송한 후 확인 조치에 미흡했던 행정의 안일함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거제교육청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각 학교에서 ‘거제의 노래’를 가르치도록 하겠다는 당초 방침과는 달리 현재 ‘거제의 노래’ 보급과 관련된 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 ‘거제의 노래’ CD 제작 이후에는 예산상의 이유 등을 들어 노래보급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학교별로 업무지침이나 협조공문 등을 보내 ‘거제의 노래’ 보급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행정과 교육당국의 무사안일한 자세가 거제의 정서와 애향심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거제의 노래’를 사장(死藏)시키는데 일정부문 기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지역 C초등학교장은 “‘거제의 노래’를 보급한다는 것은 결국 학생과 시민들이 이 노래를 접하고 직접 부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겨야 한다는 것을 뜻 한다”며 “거제시나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행사를 비롯해 각 면·동에서 치러지는 행사에 ‘거제의 노래’를 의식곡으로 사용한다면 노래 보급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D초등학교장은 “거제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인원 중 거제출신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며 “외지에서 온 인사들의 경우 지역민의 정서와 애향심이 담겨있는 ‘거제의 노래’를 바라보는 중요성과 시각에서 차이가 날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고등학교장은 “‘거제의 노래’는 거제인의 정서와 애향심을 담은 우리의 노래”라면서 “초·중·고등학교에서도 ‘거제의 노래’를 가르치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등 노래보급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큰 의전행사는 격식이 정해져 있어 ‘거제의 노래’를 의식곡으로 삽입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며 “다각적인 연구 검토를 통해 ‘거제의 노래’홍보에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CD보급은 물론 교육청이 주관하는 각종행사에서 ‘거제의 노래’를 의무적으로 부르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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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연 2009-11-28 11:07:17
거제시민으로서 부끄럽네요. 사실 저는 '거제의 노래'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시 측에서 홍보에 미진했던 것은 아닐까요. 제가 올해 26살인데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적이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합니다. CD까지 제작되면서 왜 홍보가 안됐는지 의문이구요, 애향심을 키우는데 노래만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게 또 있을까요. '거제의 노래'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