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을 우리말로 「온」이라 함은 백을 완전의 숫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①온전하고 흠이 없다. ②갖추어져 있어 부족함이 없다. ③순수하고 티가 없다. ④모든 것을 아우르다. ⑤완벽하고 완전하다.」 등의 의미로 보아진다.
우리 민족에 있어 백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어떤 상황에 대한 데드라인(Deadline)이 필요할 때 그 한계설정을 백으로 잡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백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신이 뜻하는 바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민담에 꼬리가 아홉 달린 백년 묵은 여우이야기가 있다. 백년 묵은 여우가 예쁜 여자로 둔갑해 남자들을 유혹하여 100명의 간을 먹으면 완전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지만 결과는 언제나 백 번째에서 실패하고 만다. 백이란 완성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한계지만 극복하게 되면 꿈을 이루는 희망의 숫자다.
「백일기도」「백일치성」처럼 간절하게 무얼 얻기 위해서는 백일이라는 극기의 시간을 요구한다. 단군신화에서도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 싶어 할 때 환웅이 제시한 조건으로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백일하면 쉽게 연상되는 것이 「백일잔치」다. 백일이 되기 전에는 인간계의 일원이 아니라 천지의 정령에 불과했지만 백일이 되면서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통과의례를 거치게 된다. 사당에 제를 올리고 조상에게 진정한 탄생을 고하는 것도 이 때다. 백일옷은 백 집에서 얻어온 천 조각으로 만들고, 백설기를 백 집 이상 돌리게 된다.
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에 「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이 2007년 10월 4일 첫 집필을 시작한 이후 이번 호로 100회를 맞아 감회가 새롭다. (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