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황천문 앞을 지키고 앉아 「이승에 살면서 이밥(흰쌀밥)에 농어 미역국 먹어봤냐?」고 묻는다고 했다. 먹어봤다고 하면 저승으로 보내고, 못 먹어봤다고 하면 그것도 먹어보지 못하고 죽으면 억울하니까 다시 가서 먹고 오라고 살려준다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은 좀 살게 된 탓인지 염라대왕이 「이승에 살면서 농어회 먹어봤나?」고 묻는단다. 영악해진 사람들이 벌써 눈치 채고 「안 먹어봤는데요」 하면 「그럼 가서 먹어보고 온나」 하면서 살려주는 것까지는 비슷한데, 그 사람이 돌아서서 중얼거리기를 「염라대왕님도 참 순진하셔. 그 맛있는 농어 안먹어 본 놈이 어디 있다고 염라대왕님이 저한테 낚였네요」 한다나.
「낚이다」는 말은 꾀를 써서 꼬이다, 속이다 등의 속어로 농어가 바로 「낚이는」 어종에 속한다. 농어는 성미가 급한 공격적 성향으로 아무거나 덥석 물기 때문에 가짜 미끼를 쓴다. 이를 「루어(lure) 낚시」라고 한다.
농어를 거제에서는 「농에」라고 하고, 부산에서는 「까지매기」 전라도에서는 「깔다구」 「껄덕이」이라 부른다. 혹은 농어 치어를 「깔다구」라 하고, 어린새끼를 「까지매기」라고 하는 곳도 있다. 조선 정조 때 서유구(徐有 )가 쓴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깍정」이라고 했고,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걸덕어(乞德魚)」라고 했다.
농어의 한자어는 「노어( 魚)」다. 「오중노회(吳中 膾:송강의 농어회)」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장한(張翰)이라는 선비가 제나라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고향의 송강(오나라)에서 먹던 농어회의 맛이 그리워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농어회의 매력에 빠지면 벼슬도 버릴 만큼 그 맛이 일품이다.
본래 농어회는 늦가을이 제철인데 엊그제 농어회가 있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갔더니 무지개빛이 감도는 농어의 회맛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