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자라나게 하는 힘
사랑은 자라나게 하는 힘
  • 거제신문
  • 승인 200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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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강/옥포교회 담임목사

성경에 삭개오라는 인물이 등장 합니다. 삭개오는 유대의 여리고라는 지역 세리장이었던 사람입니다. 당시의 세계는 로마가 유럽과 북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때입니다.

그때에 로마 속국에서 세리의 역할은 로마의 앞잡이가 되어서 로마에 바치는 세금을 거두기 위해 자신의 동족들로부터 돈을 착취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세리들은 대부분 로마에 보낼 돈의 몇 배가 되는 돈을 거뒀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로마에 내고 나머지는 자신이 착복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사람들이 가장 미워했던 사람들이 세리였습니다.

특히 삭개오는 그 세리 중에서도 세리장이었습니다. 그러니 세리장이 되기까지 삭개오의 삶의 방정식이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다른 세리들보다 더 악착같이 돈을 거둬들였을 것입니다.

그 돈으로 로마의 관원들에게 환심을 샀겠지요. 그리고 세리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권력을 이용해서 부자도 되었습니다. 결국 삭개오에게는 삶의 유일한 의미는 부유함이었던 것입니다.

동족과 이웃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세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부유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생업을 위해 마지못해 그 매국노의 직분을 감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악랄하게 동족을 괴롭히고 그래서 세리장이 된 사람입니다.

그가 세리장이 되려고 했던 이유도 부유함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부자가 되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조롱과 같은 것은 개의치 않고 행복하고 기쁘게 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거둔 성공과 부유함은 그의 내면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과 고독함을 해결해줄 수 없었습니다. 아니 도리어 그 고독과 외로움, 불안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에 대한 허무함은 더 깊어갔습니다.

성경은 삭개오가 키가 작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그 키가 작았다는 것은 그의 외적인 모습 뿐 아니라 내면의 키작음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고 고착된 <어른아이>라는 현대심리학의 용어처럼, 삭개오 안에는 자라지 못한 모습이 있었던 것입니다.

수용과 인정, 환대와 따뜻한 시선, 칭찬과 격려를 통해서 자라야 하는 내면의 인격이 손가락질과 비난과 조롱으로 자라지 못한 키작은 삭개오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두 다 손가락질하고 피하는 그 여리고의 세리장 삭개오에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셨습니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셨습니다. 그와 함께 식사를 하셨습니다.

외톨이 삭개오에게는 그 사랑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그 사랑이 삭개오를 자라게 했습니다. 자신만 알고 돈만 알던 삭개오로 하여금 그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겠다고 스스로 고백하게 하였습니다.

사람의 속사람을 자라게 하고 변화시키는 오직 하나의 힘은 사랑입니다. 먼저 사랑으로 찾아가주는 사랑, 관심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사랑, 잊혀진 이름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러주는 사랑, 함께 거하며 함께 식사하며 함께 시간을 나누는 사랑. 그 사랑이 내면 속에 키 작은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우리에게 필요함을 아셨기에 예수님은 사랑의 모습으로 이 땅에 찾아오신 것입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이 계절에 우리는 사랑으로 찾아오신 예수님을 기억할 뿐 아니라 우리도 누군가에게 사랑으로 다가가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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