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거제시의 주거문화는 60% 이상이 공동주택(아파트)일 것이다. 일정한 구역내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공동체적 주거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본다.
원래 아파트는 급격한 공업화로 농촌 인구의 도시유입에 따른 주거난 해소책의 일환으로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시외곽지역에 유치하였으며, 지역 토착민들은 아파트 입주를 꺼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아파트 문화는 양상이 많이 달라져 대부분 대도시 복판이나 역세권 조망권이 좋은 교통요지에 건립하고 있으며, 도시 외곽지역일지라도 대단지화 하여 하나의 행정타운을 조성할 정도로 변모하고 있으며, 서민들이 입주하기에는 부담되는 고분양가 고급화를 지향하고 있다.
단지 내 또는 주변에 각종 편의 시설들과 학교들이 들어서 사람의 물결이 가득 차 있다. 그런데 핵가족화로 인하여 아파트 문화가 이웃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자신들의 편의만 추구하여 우리 민족의 좋은 덕목인 공동체(두레) 해체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할 현상이라 할 것이다.
이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적응기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유교적 사상과 젊은 사람들의 자유분방함이 아직은 절충하지 못함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거대한 주거공간으로서의 아파트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아파트 단지는 새로운 주거문화의 창출을 위해서 우선 공동체를 회복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나는 아파트의 전통 마을화를 주장하고 싶다.
현재 우리시의 아파트 명칭을 보면 대다수 건설회사의 편의로 명칭을 붙여 마을 이름이 없고 2차, 6차 식으로 되어있는 이것부터 고쳐 그 단지의 특성을 살려 아름다운 마을이름을 갖게 해야 할 것이다.
행정에서 부여한 마을 이름 역시 어디 1동, 2동 등 획일적으로 이름을 붙여 무슨 7마을, 9마을까지 있으니 밋밋하기 그지없고, 입주민들도 혹여 행정 마을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무슨 인벤스니, 무슨 숲이니 하는 명칭은 무슨 베스트 하는 것은 모두 건설회사 선전문구 일 뿐이다.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마을 이름을 붙여 이름아래 활동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이름이면 좋을 것이다.
우리네 선조들이 붙여준 마을 이름은 각각 개성이 있었고, 마을 이름과 지역의 특성이 같았다. 또한 전통마을에는 두레활동을 위한 많은 공동체가 있었다. 마을 단위의 두레 활동을 접목하여 핵가족 중심의 혈연관계를 벗어나 아파트 마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개방하여 이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마을 중심으로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파트 마을 공동체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한 여건이 아파트 단지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는 관리실 등 많은 공간이 있으므로 활용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며, 관리실에는 1-3명의 직원들이 있다.
아파트에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약간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단지 관리자 혹은 경리라는 입장에서 아파트 주민을 대할 것이 아니라 입주민이 바로 나의 이웃이라는 마음으로 근무에 임하면 주민관의 관계가 좀 더 따뜻해 질 것이다.
입주민 역시 그렇게 생각하여야 하고, 전통마을의 공동체 활동은 품앗이 또는 상조활동이었으나 아파트 단지의 공동체 활동은 많은 동호회 활동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등산 족구 독서 자연보호 등등. 생각하고 모이면 많은 동호인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런 활동을 관리실 직원과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원하고 상반되는 의견은 조율하고 한다면 관리실은 행정기능을 입주자 대표회는 의회기능을 함으로써 작은 마을 정부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큰 행사 큰 정치만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월드컵에 열광하를 축구팬들이 국내 프로리그에는 관심이 없고 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쏠리지만 아파트 자치회의에는 무관심하다.
막상 마을일에는 함구하고 나 몰라라하는 식이니 이해하기 어렵다. 작은 정치가 잘 다듬어져야 큰 정치가 발전하고 성공한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아직은 덜 익고 익숙치 않은 개념이지만 많은 인구가 집중돼 있고 접근성이 용이한 아파트 단지의 특성을 살려 공동체 정신을 회복할 수 있다면 주민자치의 발전은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필연적으로 공동주택은 많을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정부에서도 새로운 주거문화로 대두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지원은 필요 불가결한 일이다.
지금 우리시는 많은 아파트가 건립되었고 또 건립되고 있다. 새로운 아파트를 건립하여 시민들이 자기 집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건립되어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를 어떻게 하면 잘 가꾸어 장기 수명화하고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 하는 고민을 지방 정부의 관료들은 하여야 한다.
거제시는 지금 인구 20만이 거주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나부낀다. 인구 20만 중 공동주택 거주민은 12만명을 상회할 것이다.
그러나 거제시의 ‘공동주택 지원조례’에는 지원금이 25%로 되어 있다. 과연 거제시 규모에 합당한 것인지, 또한 조례재정만 되어 있고, 그 후속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정치 행정의 지원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나 공동주택 내부의 일까지 지방행정부가 나설 수는 없기 때문에 공동주택 내부의 문제는 입주민 스스로가 해결하도록 기본적 장치는 관리규약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입주민 스스로 해결하는데 힘에 벅찬 문제는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공동주택단지에는 다양한 계층의 입주민들이 생활하고 있기에 공동의 문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고 개별적 이익에는 강한 관심과 집착을 보인다.
따라서 기초생활 단위에서부터 공동체 의식이 확대된다면 우리사회 전체가 밝고 명랑해 질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지방 정부 및 의회의 과감한 지원과 협조를 제안한다.
이를 바탕으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며, 주민자치를 발전시키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의 공동체 운동이야말로 그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