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오패의 하나였던 초(楚)나라 장왕이 큰 전투에서 승리를 했다. 그는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연회를 베풀었다. 그렇잖아도 전쟁으로 인해 마음이 피폐해진 장수들은 그날따라 흡족하게 술을 마셨다.
그런데 갑자기 촛불이 꺼졌다. 순간 술에 취한 어느 장수가 왕의 애첩을 끌어안았다. 여자는 기지를 발휘하여 장수의 갓끈을 잡아 당겨 끊어 버렸다. 그리고 왕에게 일러바친다. 신하가 부싯돌을 찾아 불을 켜려고 하자 왕이 말한다. 「이렇게 기쁜 날 마음 편안하게 마셔 보자. 장수들은 모두 갓끈을 떼어 버리라. 왕이 베푼 이 자리가 즐겁지 않거들랑 갓끈을 떼지 않아도 좋다.」 그러자 자리에 같이 한 모든 장수들은 갓끈을 뗐다. 왕은 그렇게 해서 애첩을 희롱한 부하 장수를 살렸다.
몇년 후 장왕이 다시 전투에 나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위기에 빠져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 때 누군가 이 위기를 뚫고 들어와 용맹하게도 장왕을 구해준다. 왕을 감격하여 누구냐고 물었다. 「몇 년 전 왕께서 베푼 연회장에서 왕의 첩을 희롱한 장수입니다. 그때 저를 살려 주셨으니 당연히 제가 목숨을 바쳐 왕을 구해 드리는 것이 옳은 도리일 것입니다.」
영국의 황태자인 윈저 공작이 인도대표를 런던으로 초대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가 끝날 무렵에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시종들이 들고 온 손 씻는 물을 인도대표가 마셔버린 것이다. 그러자 윈저 공작도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자기 앞에 놓인 손 씻는 물을 마셨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모두 황태자를 따라 물을 마셨고, 어색할 뻔했던 상황이 무마되면서 연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영국과 인도의 회담에서 영국이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갓끈을 끊음(絶纓)은 곧 용서와 화합의 메시지며, 상대가 먹어서 안 되는 물을 마실 때 함께 마셔주는 용기가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배려다. 2010년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