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寅)
호랑이(寅)
  • 거제신문
  • 승인 200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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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105)

2010년은 경인년(庚寅年) 호랑이띠다. 경(庚)은 천간(天干)의 일곱 번째로 방향은 서쪽이고, 색으로는 흰색이다. 인(寅)은 12지지(地支)의 세 번째로 호랑이를 칭하고, 시간은 오전 3시에서 5시며, 달은 정월이다.

따라서 인(寅)과 경(庚)이 만나는 해가 흰호랑이(白虎)띠에 해당한다. 돼지띠 중에 황금돼지해, 말띠 중에 백말띠해와 같이 60년 만에 한번 오는 기회다.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많이 살아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일컬어 호담지국(虎談之國)고 했고, 문헌상 처음 등장하기로는 삼국사기다. 단군신화에 곰과 함께 사람이 되고자 하였으나 실패한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정서에는 국조(國祖)인 곰보다는 오히려 패배한 호랑이가 한국인의 문화코드가 된다.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좋은 예다.

신라 원성왕 때 김현(金現)을 감동시킨 호랑이(感虎), 고려 왕건의 6대조 성골장군과 호랑이의 혼인이야기, 시묘살이하는 효자를 밤에 지켜주는 이야기, 호랑이와 곶감이야기, 호랑이떼를 만나 죽게 된 사람이 피리소리로 호랑이떼를 물리치고 부자가 된 이야기, 비녀가 목에 걸린 호랑이 이야기 등 수없이 많다.

 옛날이야기는 언제나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로 시작될 만큼 호랑이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동물로 설정된다.

무속에서는 호랑이가 산신이거나 산신의 심부름꾼으로 절집의 산신각에 모셔진다. 특히 사귀를 물리치는 벽사(?邪)로 호랑이만한 것이 없다. 전남 구례에 있는 만석군집 운조루(雲鳥樓)에 가면 솟을대문 앞에 커다란 호랑이 뼈를 걸어 두고 있다.

 정월 초하룻날 호랑이 그림을 대문에 붙이거나, 무관의 흉배는 호랑이라든지, 호랑이의 뼈로 만든 공예품을 몸에 지니는 것도 같은 의미다.

경인년 호랑이해에는 용맹한 호랑이처럼 기운이 솟고, 토끼에게 속아 고기를 낚겠다고 시냇가에 꼬리를 담갔다가 꽁꽁 얼어 곤혹을 치른 어수룩한 호랑이처럼 유머와 여유가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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