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조선사의 신규조선 수주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2008년 업계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STX조선에 1·2위 자리를 내 준 것. 지난해 12월25일 조선해양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 등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대우조선해양이 신규조선 수주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에만 모두 23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조선 수주계약을 따내는 등 2009년 한 해 극심한 수주 가뭄 속에서도 총 29척, 37억5,000만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는 2008년의 109척, 116억 달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액수 기준 33.4%)국내 조선 ‘빅3’ 중 최고의 수주 실적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22일 그리스 해운사 알미 탱커로부터 원유 운반선 10척, 6억5,000만 달러를 한꺼번에 수주하는 등 막판 피치를 올리기도 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극심한 조선불황에 다소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STX조선해양의 2009년은 가장 빛이 났다. 삼성, 현대를 제치고 신규조선 수주 2위를 차지한 것.
STX조선해양은 2008년까지는 ‘빅3’에 비해 수주 규모면에서 크게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2009년 STX는 총 31척, 26억달러를 수주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뒤로 밀어냈다.
STX그룹 조선계열사인 STX유럽이 지난달 23일 노르웨이 선사로부터 해양작업지원선 2척을 수주하는 등 한 해 쇄빙예인선, 극지방 해양 탐사선 등 10척의 신규조선을 수주했다. 이와함께 STX조선해양도 8억8,000만달러 규모의 VLOC(초대형철광석운반선) 8척을 수주 한 것.
반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전 세계적 조선불황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삼성중공업은 2009년 한 해 7억달러 규모의 LNG-FPSO(부유식원유생산저장설비)1척 수주 등 14억달러 수주에 그쳤다.
2008년의 54척, 153억달러 수주규모와는 비교가 안되는 실적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2009년 한 해 동안 10척, 4억4,000만달러 수주에 그쳤다. 이는 2008년 109척, 136억달러 수주 대비 96%나 감소한 실적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이같은 저조한 수주 실적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더 큰 문제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등 비 상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조선업체들이 앞으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 크다”며 “당분간은 예전 같은 조선, 해운 경기가 오기 힘들기 때문에 조선분야 매출 의존도가 높거나 풍력 등 사업다각화에 진척이 없는 조선사에게는 더욱 혹독한 한 해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