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만원 이상 고액수업도 ‘비일비재’
고현 모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박모군(17)은 아침 7시30분이면 기상한다.
1월 초순,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학기 중일 때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공식적인 겨울방학은 40여일이지만 박군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던 시간은 약 일주일 가량.
달콤했던 ‘휴가’를 끝내고 난 후 지금은 오전 9시면 등교를 해서 보충수업과 자유학습을 한다. 학교 수업을 다 끝내고 나니 오후 3시가 됐다. 하지만 박군의 ‘진짜’ 하루 일과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오늘은 화요일이고 영어과외가 있는 날이다. 박군의 영어과외 선생님은 동네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명문대 출신 유학파 과외전문가, 일명 ‘김선생님’.
김 선생님의 수업을 받으려고 박군의 엄마는 동네 소식통들을 통해 가까스로 ‘줄’을 대 겨우 수업시간을 배당받을 수 있었다.
방학을 잃어버렸지만 박군은 별다른 불만이 없다. 같은 반에는 방학 내내 아예 기숙사형 학원에 입학해 스파르타식 수업을 받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그 친구들에 비하면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간 놀고 있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보면 ‘김선생님’에게 수업을 받고 있는 자신은 분명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최근 5년간 거제지역 학원 및 교습소, 개인과외 수가 66.5% 증가세를 보이며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교육청에 따르면 2005년 거제교육청에 등록된 학원 및 교습소, 개인과외 수는 약 670개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0년 현재 교육청에 등록된 학원, 교습소, 개인과외의 수는 약 1,000여개소로 불과 5년만에 우리 지역의 사교육장이 약 330개 늘어난 것이다.
신고되지 않은 개인과외를 제외한 것이므로 실제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교육청에서 소유하고 있는 통계 수치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제학원연합회 한 관계자는 “거제지역에 재학중인 3만6,000명의 학생 중 40% 이상이 학원에 다니고 있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며 “한 학생이 한 학원만 다니는 것이 아닌데다, 개인과외 및 교습소는 집계가 되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실제 사교육 시장 규모 및 학생의 수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현재 거제지역의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역학원의 경우 ‘수강료조정위원회‘에서 일정한 기준을 두고 수강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 교육부가 제한하는 수강료는 종합반의 경우 분당 80원으로 주 3회 수업에 평균 25만원 내외며 단과반의 경우 분당 120원으로 평균 30만원 선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학원연합회 한 관계자는 “미등록 개인 과외의 경우 최소 수강료가 40만원 이상이며 과목당 평균 80만원 이상의 수강료를 받는 곳도 태반이라고 들었다”며 “그들의 경우 단속 규정도 없고 법의 통제권 밖에 있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액수가 불법 과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옥포동 학부모 최씨는 “고등학생, 중학생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모두가 학원을 보내는데 우리아이만 학교 교육으로 만족할 순 없다는 생각에 개인과외를 받고 있다”며 “두 아이들 영어수학 과외에 평균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가계 지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부담도 크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신고 개인과외를 하고있는 고현동 최모 강사는 “한 학생당 40여만원을 받고 일주일에 세 번씩 과외수업을 하고 있다”며 “가계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일단 입소문이 퍼지고 나면 일부러 광고를 하지않아도 학부모들이 연락처를 알아내 수업을 의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알고있는 한 강사는 영어 한 과목에만 8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수업료를 받고 있지만 수업을 의뢰하는 학생 수가 넘쳐나 학생 전부 수용할 수 없어 대기 인원이 넘쳐나는 상황”라고 덧붙였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원 및 과외수업을 받으러 간다고 하면 학교 보충 수업과 자율학습에서 제외해 주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는 공교육의 산현장인 학교에서조차 대한민국 전체에서 몰아치고 있는 사교육 열풍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이 아니냐”며 “거제 역시 예외일 순 없으며 앞으로도 사교육 규모는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청 추산 지역내 학원 강사 인원은 2,900여명으로 거제 지역 초중고 전체 교원 수인 1,890여명 보다 1,000여명 이상 많은 수치다. 지역내 미등록 과외 교습소가 최소 1,000개에서 2,000개로 추정됨을 감안하면, 실제 지역에는 5,000명 이상의 강사가 학원 및 개인 과외를 통해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