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제’ 미명하에 노동청 솜방망이 처벌....폐지 목소리 높아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죽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올 1월 들어서만 벌써 4명이 죽었다. 지난해에는 7명이 죽었다. 앞으로 누가 또 죽음의 재물이 될지...
삶과 죽음이 백짓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불안한 일터로 변해가고 있다. 노동청의 ‘특별감독’이 사고때마다 이루어지지만 형식적인 절차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당연히 약효가 없다. 산업안전법에 근거한 처벌 역시 솜방망이로 그친다.
‘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제’가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며 폐지 목소리가 높다.
노사의 ‘안전 불감증’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각논란 등을 둘러싼 불안한 분위기가 전사에 확산돼 여러 주의의무 및 점검 의식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도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 그것도 살기 위해 일하고 있는 작업 현장에서의 죽음이다. 지난해와 올 1월에만 11명이 죽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회사가, 노조가, 노동청이 분명하고도 단호한 답을 내놔야 한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올 1월 4명 사망, 가스사고는 고질
지난 2일 작업 중 아르곤 가스에 질식돼 2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8일에 1명이, 20일에 또 1명이 사망했다. 서비스 타워 설치 중 추락사와 도장작업 중 폭발사고였다.
아르곤 가스에 의한 사망사고는 지난해부터 고질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 5월16일, 2009년 1월 15일에도 아르곤 가스사고로 각각 1명씩이 사망했던 것.
지난해 1월 15일 사고 후 노사는 ‘가스질식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이를 실천함으로써 가스로 인한 사망사고를 방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약 1년 후인 지난 2일 또다시 가스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금속노조는 “사업주는 밀페공간에서 아르곤가스 질식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핵심 안전조치인 아르곤가스 호스 지관 가스차단 밸브 설치 합의를 미이행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김정민 상황실장은 “ 일부 시행됐으나 전사적으로 시행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연속된 아르곤 가스 사고에 대해서는 다른 대체 가스 사용 여부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기존의 특별감독 방식도 교수 등 전문가를 함께 참여시켜 심층적으로 감시, 감독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음 방치하는 자율안전관리제
현재 국내 대형 조선사에는 안전사고 관련해 감독청의 타율적 감시, 감독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시행하는 ‘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제’가 적용되고 있다.
100인이상 조선업체중 산재가 적고 안전관리시스템 등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해 안전점검을 면제해 주는 대신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실시하게 하는 이 제도는 2006년부터 현장에 적용돼 왔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모두 해당된다.
그러나 거제, 울산 등 조선현장에서의 대형 산재 사고가 빈발하자 이 제도의 맹점이 부각되며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제하에서는 아무래도 안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영 노동청 관계자는 “같은 자율제를 실시하고 있는 인근 작업장의 경우 사망 사고가 없지 않느냐. 자율제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자율제의 폐지 목소리가 높고 맹점 또한 있는게 사실인 만큼 보완지침이 내려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청은 ‘솜방망이’로 일관
“우리도 이해할 수 없다. 감시 감독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어떤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할지 우리도 갑갑하다”고 노동청 한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해 사망사고와 관련 노동청은 회사와 안전총괄책임자로 선임된 기원강 조선소장에 대해 검찰에 처벌을 요청했고 이에대해 일부는 수 백 만원의 벌금형이 결정됐고 나머지 일부는 현재 처리중에 있다.
이어지는 사망사고에 대해 노동청이 얼마나 자기문제로 인식하고 정확한 잣대를 들이대는지는 사실 의문으로 남고 있다. 매번 이루어지는 ‘특별감독’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법에 근거한 단호한 시정조치 및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죽음을 방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청의 책임 또한 작지 않은 이유다.
노동청의 솜방망이 대책 및 처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산업안전법 위반 처벌 '솜방망이' 논란은 지난해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이화수(한나라당) 의원은 “산업안전법 위반 건수의 극히 일부만 사법처리돼 산업안전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위반 건수의 7.8%가 사법처리 됐으나, 구속수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매각 관련, ‘주인 없음’에 따른 ‘어수선’도 원인일까?
“매각 관련 등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 탓 인 것 같다”“주인이 없는 만큼 전체적으로 해이해 있는 것 같다” 등이 최근 이어지는 대우조선해양 사망사고에 대한 근로자 및 시민들의 분석이다.
또 “누구의 잘 잘못을 떠나 안타까운 죽음들을 막아야 하는 만큼 노동청이든 검찰이든 노사든 각자의 역할을 보다 분명하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회사는 창사이래 올 1월에만 두 번의 조업중단 후 조기퇴근 조치를 취했다. 지난 20일에는 조업중단후 안전관련 전 사원 토론회도 가졌다. 조만간 안전관련 임원의 인사조치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뼈를 깍는 아픔을 통해 소중한 근로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건강한 일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세계 1등 기업 대우조선해양으로 다시 우뚝서길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