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을 둘러보면 이가 삐뚤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요즘 초중고 성장기 아동을 보면 절대 다수에서 치열 교정이 필요할 정도로 이가 삐뚤합니다.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와 비교해 보면 비율적으로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불과 한 두 세대를 거치면서 유전자가 변한 것일까요? 2000년 전 유골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지금과 거의 같다고 하니, 불과 몇 십 년만에 유전자가 변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식습관, 생활 습관, 의식주 환경의 변화 탓이 아닌가 합니다.
길거리에서 열심히 뛰어 놀던 예전의 모습은 요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과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지요.
운동량이 부족하므로 심폐 기능이 약해지면서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고 아토피 등의 면역 매개 질환이 증가합니다. 호흡과 관련있는 구강, 비강, 기도 부근의 성장 부족이 얼굴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위/아래 턱의 성장 부족을 일으키게 됩니다.
치열 교정을 할 때 작은 어금니를 뽑는, 소위 발치 교정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근본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러한 위/아래 턱 성장 부족 때문입니다. 바꾸어 얘기하면 턱 성장 부족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발치 교정의 가능성을 줄일 수가 있는데, 성장교정학이 바라는 치료 목표 중의 하나가 이것입니다.
성장교정학은 턱성장 촉진에 그치지 않고 얼굴 및 호흡기 성장의 균형을 잡아주데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써놓고 보니 좀 허무맹랑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치과의사로서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너무나도 실용적인 성장교정학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장교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느냐구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넣었다 뺐다하는 교정 장치를 입안에 넣고 위/아래 턱의 크기를 키워주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위/아래 턱은 작고 그에 반해 이의 크기는 정상적이니까 이가 삐뚤한 것인데, 이의 크기에 맞춰 턱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지요.
발치 교정의 경우 이의 갯수를 줄여서 턱의 크기에 맞는 치아 배열을 얻는다면, 성장교정은 이의 갯수는 그대로 둔 채 턱의 크기를 키워서 치아의 배열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를 빼지 않고도 교정이 가능하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이시나요? 듣자하니 성장교정이 좋아보이긴 합니다만, 성장교정에도 한계가 있답니다. 바로 적절한 치료 시기입니다.
이름처럼 성장을 조절하는 치료 기법이기 때문에 이미 성장이 끝나가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무척 떨어집니다. 적절한 치료 시기는 초등학교 1학년 내외, 늦어도 사춘기(최대 성장기) 이전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성장교정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이 때는 통상의 발치 교정이나 수술 교정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성장교정과 발치교정은 서로 개념이 반대입니다. 전술하였듯이 이가 삐뚤한 원인은 동일하다고 보지만 치료법은 반대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느 쪽이 좋으냐,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느냐고 환자 보호자분께서 자주 물어 보십니다. 저의 한결같은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이를 뽑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성장교정을 선호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환자 본인에게 그 치료법이 적합한 상황일 때 성장 교정이 유용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발치 교정보다 결과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구요. 결국 성장 교정을 할 것인지, 발치 교정을 할 것인지는 진단 결과를 토대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에 성장교정학이 도입된지는 10여년이 됩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10여년 앞서 도입되었고, 전세계 성장교정학회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상태이지만, 우리 나라는 아직 더 많은 정착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성장교정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장교정에 관하여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으시다면 www.orthotropics.com 에 들어가 보시는게 좋겠습니다. 썩 매끄럽진 않지만,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으니 궁금증을 풀어드리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