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모지 거제’라는 오명 뒤에는 거제시의 안이한 문화 행정이 크게 자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거제 칠진농악’ 위기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450여년의 맥을 이어 온 거제칠진농악은 임진왜란 당시 민초들의 애환을 달래고 이순신 장군 및 군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등으로 큰 역할을 한 거제 특유의 토속 농악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거제에는 기성관을 통할령으로 옥포, 조라, 율포, 영등, 가배량, 지세포, 장목 등 7진을 두고 왜구를 방어했고 이 7진 이름을 따 '칠진농악'이라 이름했다.
거제칠진농악은 그 역사적 전통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아 1975년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문화 불모지 거제로서는 큰 자산을 얻는 셈이었다.
그랬던 칠진농악이 지금 거제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행정의 무관심과 지원부족 등에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칠진농악 기능보유자로 어렵게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옥식 옹은 “거제칠진농악만이 갖는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을 길이길이 보존해갈 필요가 있는데 전수관 하나 없는게 현실이다”며 “사재를 털고 각 학교를 찾아다니며 겨우 연습장을 구해 연습하고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거제칠진농악이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정옥식 옹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거제칠진농악보존회’를 지난해 말 결성하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이 큰 현실이다.
보존회 유재철 감사는 “인근 통영시, 고성군 등이 오광대를 비롯한 다양한 토속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이를 전통 문화상품으로 집대성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부럽다. 전수관도 다 갖추고 있다. 거제의 현실과 너무나 다르다”고 말했다.
웬만한 단체들도 다 지원받는 행정의 지원금 조차 이제껏 한 푼 받지 못하고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시나브로 움츠려져 온 게 ‘거제 칠진농악’의 현실이었던 셈이다.
500억원을 넘게 투자해 문화예술회관을 짓고 대중가수 공연행사 등에 매년 십 수 억원을 쏟아 붓는 거제시 문화행정. 그러나 정작 계승하고 보존해야할 거제의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너무나 인색하고 있다.
시가 오히려 ‘문화 불모지 거제‘를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연히 나오고도 있다.
이순신 장군의 옥포대첩을 기리는 행사를 매년 수 억원 씩 투입해 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한 전통문화인 ‘거제칠진농악’에 대해서는 철저히 문외한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제시 문화행정의 현주소라는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